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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스 Oct 13. 2024

나만의 독서법 찾기(1)

21화_그녀들의 심야 독서모임

 금요일 밤 9시 30분, 천 세대가 넘는 신도시 아파트에서 사는 그녀들에게 두 달 만에 찾아온 ‘불금’이다. 지혜의 거실에서 진행되는 독서모임 ‘책 봄’의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이다.


 지혜의 7살짜리 아들 도훈이는 태권도 학원에서 에어바운스로 신나게 노는 날이었다. 땀에 흠뻑 젖어 와서 그런지 그녀의 아들은 저녁 먹고 평소보다 일찍 잠들어 주었다.

 10분이 지나자 모두 모였다. 집들이도 아닌데 모두 빈손으로 오지 않아 난감하고 고마워하는 지혜의 표정이다. 2 미터 길이의 6인용 식탁에 음료와 쿠키류, 키위와 딸기가 세팅되어 있었지만 모임원들이 챙겨 온 캐나다 과자며 샤인 머스캣이며, 직접 만든 청귤청 등으로 좀 더 풍성한 다과상이 되었다.


 화장대 의자와 책상용 의자, 벤치형 2인용 의자까지 동원해서 사이좋게 끼어 앉았다. 컴퓨터용 의자에 당첨된 주희가 팔걸이에 양팔을 걸치고 장난스럽게 거드름을 피운다.

“왠지 여기 앉아서 결재판에 사인해야 할 것 같은데~ 뭐 결재할 서류 없어요?”

“아이코, 회장님 눈높이를 조금만 낮춰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희가 오른쪽 좌판 아래에 있는 높이 조절 바를 당기자 ‘피슈-’ 소리를 내며 의자가 푹 내려간다.


 민지와 수진이 함께 앉은 2인 의자 한쪽이 테이블 간격이 안 맞아 보인다. 작은 목소리로 “하나, 둘!” 구령을 맞추며 동시에 함께 당겨 앉는다. 왠지 그 모습이 재미있어 모두 웃는다.

“우리 ‘책 봄’ 벗님들 이렇게 열 분 모두 모여주셔서 감사해요.”

“와~ 이렇게 보니까 우리 진짜 많네요~!”

도영의 말에 지혜도 고개를 끄덕이며,

“네~ 다음엔 모임 장소를 섭외해야겠는데요? 조금 좁겠지만 더 친해질 좋은 기회라 생각해 봅니다. 책 다 가져오셨지요?”

“네~”

독서법에 대한 각기 다른 책 10권이 모이니 식탁 위가 알록달록해졌다.

가지고 온 책은 다음과 같다. 

 1. 신지혜 : 이지성, 스토리베리 <일독> 독서습관을 기르는 슈퍼 리딩(차이정원)
               이지성, 스토리베리 <이독> 성공 습관을 기르는 석세스 리딩(차이정원)
 2. 조서연 : 전안나 <1천 권 독서법>(다산 4.0)
 3. 오사랑 : 이동진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위즈덤하우스)
 4. 소정미 : 김병완 <1시간에 1권 퀀텀 독서법> 하루 30분 3주면 된다! (청림출판)
 5. 박은영 : 신정철 <단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남는 메모 독서법>(위즈덤하우스)
 6. 김민지 : 인나미 아쓰시 <1만 권 독서법>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위즈덤하우스)
 7. 안수진 : 신동선 <뇌신경 의사, 책을 읽다> 한 시간 한 권 크랩독서법(더메이커)
 8. 배도영 : 내성적인 건물주 <저는 이 독서법으로 연봉 3억이 되었습니다>(메이트북스)
 9. 주은혜 : 최승필 <공부머리 독서법>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의 모든 것(책구루)
10. 윤주희 : 송숙희 <부자의 독서법> 토트

 많은 인원이 모인 만큼 빠르게 한 바퀴 도는 것이 관건인 듯하다.

사진을 찍었다. 식탁 위에 책들을 올려 두고 항공샷 두 번, 책을 들고 이쪽 끝에서 한 번, 저쪽 끝에서 한번. 단체 사진을 좀체 찍을 일이 없었던 그녀들이지만 활짝 웃는 얼굴로 책을 들고 있는 모습들이 예쁘다.     

 모두 같은 주제의 다양한 책들을 호기심 있게 살펴본다. 지혜는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의 전면 개정판인 <일독>과 <이독> 중에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어 둘 다 들고 왔다.

1. 한 줄 요약
2. 키워드 3개
3. 제일 와닿는 문구
4. 실천해 본 결과     

 

“독서 잘하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있겠지만 이렇게 많은 독서법 안내서들이 있었네요~. 한 명도 겹치는 책 없이 달라서 너무 궁금하네요~. 그럼 저부터 얘기해 볼게요.”

모두의 시선이 지혜를 향하고 있다.

“저는 이지성 작가님과 ‘스토리베리’라는 스토리텔링 창작회사가 공저로 지은 <일독>, 그리고 <이독>을 가져왔어요. 스토리베리는 홍대리 시리즈 콘텐츠에 스토리를 입혀주기도 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요. 두 권의 책을 제 방식으로 각각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일독>은 ‘독서습관을 잡을 땐 목표를 잡고 약하게 시작해서 점점 강하게 끝내자’ 였어요. 그리고 <이독>은 ‘독서해도 변한 것 같지 않을 때는 성공자의 마인드를 복사하는 위인전 독서’에요.”

“그럼 <일독>은 ‘습관 잡기’이고 <이독>은 ‘마음가짐’이네요~?”은혜가 한 문장을 또다시 한 단어씩으로 줄여 주었다.

“네~ 은혜님, 요약을 엄청 잘해 주시는데요? 그리고 저만의 키워드는 #독서습관, #생존독서, #절실이에요. 우선 습관을 하루부터 365일까지 체계적으로 잡고요. 그다음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절실함을 가지고 도전하는 거예요.

 제일 와닿는 문구는 <이독> 251쪽에 ‘변하고자 치열하게 노력하기보다 아직도 변화되기를 바라고만 있었다. 기억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책의 내용을 자신의 지식과 지혜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였어요. 책을 읽을수록, 아는 것이 늘어갈수록 책에 나온 것처럼 된 줄로 착각하더라고요. 도취되었다가 막상 일상으로 들어가니 그전이랑 똑같이 하고 있는 거예요. 변하기 위해 어디까지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이 책에 소개된 위인들을 보면 알 수 있더라고요. 성공의 과정은 절실하게 닦아 나가는 수행이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실천해 본 것은 ‘감사일기’에요. 예전에도 감사일기를 조금 써보다 말았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쓰고 있어요. 매일은 아니더라도 귀찮음을 극복하고 딱 두 가지만 써 보면 그다음엔 몇 개가 더 술술 써지더라고요. 펜을 갖다 대면서 사실은 오늘 감사한 상황을 모르고 지나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남편한테 짜증 내는 것도 좀 더 줄어든 것 같고요. 결국 써 내려가다 보면 존재 자체가 감사해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거 있죠.”

(짝짝짝짝)

 

“다음은 제 오른쪽으로 돌게요~ 서연님 어떤 책이었어요? 질문 4가지에 대해 쭉 이어 말씀 해주시면 되세요~”

“저는 전안나 작가님의 <1천 권 독서법> 인데요, 일단 책날개 프로필에서 워킹맘이라고 나와 있어서 골랐어요, 여자분이 쓴 독서법 책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더라고요. 이 책의 한 줄 요약은 ‘하루 한 권씩 읽으면 3년 동안 1천 권인데 특정 지점마다 내면의 변화를 하게 된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개면 나온다.’라고 적어 봤어요. 키워드 세 가지는 #매일 3시간, #독서가 먼저, #어디서든 독서였어요. 아마 워킹맘 중에 이분만큼 바쁜 사람은 많겠지만 그 와중에 3년 동안 천 권을 읽는 사람은 진짜 없을 것 같아요. 저도 내년부터 일하려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책 봄’에 계속 있으면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제일 와닿는 문구는 90쪽에 ‘질적 변화가 생기기 위해서는 양적 변화의 축적이 전제되어야 한다. 양적 변화가 쌓이지 않으면 질적 변화는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였어요. 실천한 것은 하하하~! ‘스스로에게 보상하기’ 인데요~. 이건 꼭 실천해야쥬? 전안나 작가님은 100권마다 보상을 했다고 하는데 저는 한 권 끝날 때마다 싼 커피 말고 고급 커피 한 잔씩 마실 거예요. 지난주에 1권 끝내고 선플라워에서 핸드 드립 커피 마셨습니다~!”

(짝짝짝짝) 


다음은 사랑이 말했다.

 “저도 그런 좋은 걸로 실천할 걸 그랬어요~. 저는 영화 평론가이시기도 한 이동진 님이 쓰신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거든요. 제목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게 그냥 한 줄 요약이에요. 제가 좀 ‘재미 주의자’에요. 다른 책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 책은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책 읽은 거 기억 안 나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부분도 있고요. 인터뷰 현장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이동진 작가님의 집에 2만 3천 권 정도의 책이 있다는데 집이 얼마나 큰 거야, 하면서 읽었어요. 이분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고 많이 읽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키워드는 #재미, #넓이, #자유였는데요~ 자유분방하게 재미있게 이끌리는 책 읽는 거예요. 제일 와닿는 문구는 150쪽에 ‘쾌락은 일회적이고 행복은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쾌락은 크고 강렬한 것, 행복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 있는 것 일들이라고. 그래서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습관론이 나오게 되는데, 행복한 사람은 습관이 좋은 사람인 거예요.’였어요.

 제가 여행 다니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저는 그게 행복이라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동진 님에게는 여행이 쾌락이라는 거예요. 책이 행복이고. 그래서 저도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 재미있는 책 많이 읽으려고요. 실천한 것은 재미를 위해서? 욕조에서 독서하는 거였는데요~ 욕조에서 책 읽기를 이분은 2시간에서 8시간까지도 한데요~ 저는 그냥 딱 1시간 도전해 봤어요. 근데 이거 맞는 사람이 따로 있나 봐요~. 엄마가 빨리 안 나오냐고 묻지, 땡큐는 욕실 문 앞에서 나오라고 힝힝거리지, 책은 수증기 때문에 점점 눅눅해지지~, 완전 초토화. 책이 물에 안 젖는 비법이 있다는데 너무 궁금해요~하하하.”

(짝짝짝짝)


“사랑님 욕조독서가 아니라, 벌서고 오신 거 아니에요~?”

“욕조 독서는 저랑 안 맞는 걸로요~ 벌써 욕조독서 트레이 재당근 했어요.”

“워터프루프북도 있어요. 물에 안 젖는 거요.” 은영의 귀띔이다.

“그래도 저는 안 맞는 걸로요~ㅋㅋㅋ”


정미의 차례에 소개된 책은 김병완 작가의 <1시간에 1권 퀀텀 독서법>이다.

“저는 이 책인데요. 어... 김병완 작가님이 쓴 독서법 책이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몇 년 전에 <초서 독서법>이라고 하는 책을 읽었었거든요. 어... 이게 뭐라고 오늘따라 떨리네요? ‘초서’라는 것이 우리 모임이 하는 필사 인증하고 비슷하더라고요-. 꼼꼼하게 읽고 자기 생각까지 확장해서 쓰는 책이었어요. '퀀텀 독서법'은... 요즘은 속독에 관심이 있어서 과연 1시간에 1권이 가능한 얘긴가 해서 읽게 되었어요.

 한 줄 요약은- ‘지식 폭발의 이 시대에는 다독이 정답이며, 뇌 훈련을 통해 잠자는 독서 인자를 깨워서 눈 대신 뇌로 독서해라!’ 아이고 한 문장에다 다 욱여넣으려니 잘 안되네요~. 이분은 40대 가장일 때 잘 다니던 삼성을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3년 동안 살다시피 했대요. 어떻게 그러지? 생계가 있는데... 그렇게 미친 듯이 읽어서 3년 동안 1만 권 읽고 책도 3년 동안 60권이나 썼대요, 60권!. 그래서 키워드는 #다독, #우뇌 훈련, #독서력으로 정했어요. 다양한 스킬 나와 있는 걸 다 따라 해 보진 못 했지만, 글자의 윗부분만 보고도 가려진 받침을 유추하면서 책이 읽어지는 것은 진짜 신기했어요.


 예전에 속독법 유행할 때가 있었는데 그것처럼 눈 훈련을 하는 것 같은데도 눈으로 아무리 빨리 봐도 뇌가 사고하는 속도랑 안 맞으면 독서를 했다고 할 수 없다고 하는 책이에요. 책의 말투라 해야 하나 그게 너무 확실하고 ‘모’ 아니면 ‘도’ 어투예요. 제 정서랑은 좀 안 맞지만, 가독성은 괜찮았어요. 제일 와닿는 문구는 55쪽에 ‘명심하라. 우리는 보이는 것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읽고 있다고 인식할 뿐이다.’ 실천해 본 것은 책 뒤집어 읽기, 180도 옆에서 읽기 2쪽씩 해 봤어요. 하던 대로가 편해서 잘 안 하게 돼~. 아 그리고 왼손 써보려고 왼손으로 밥 먹기 한번 해 봤어요.”

(짝짝짝짝)


“정미님 실천 여러 가지 해보셨는데요?”

“아유, 아니에요~”   

  

다음은 은영이다.

“제 차롄가요? 제가 고른 책은 신정철 님의 저서 <단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남는 메모 독서법>입니다. 제가 메모와 기록에 애착이 있어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등장인물 많이 나오는 대하소설 읽을 때 이름 외우려고 인물 관계도를 그려가면서 읽었었거든요? 가끔 졸라맨 그림체로 그림도 그리고요~. 그래서 메모 독서법을 보면서 한 줄로 축약해 보면 ‘어떤 방식이든 독서 노트를 쓰자’입니다. 노트든 프로그램이든 블로그에 쓸 수도 있고요. 아까 많이 읽는 것에 무게를 두는 책도 소개해 주셨는데 저는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 한 권을 읽어도 깊이 있게 사유하면서 읽고 싶더라고요. 그렇다고 읽은 것을 다 기억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키워드는 #밑줄 #독서노트 #마인드맵 이 세 가지를 골랐어요. 핵심은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정리해서 재가공하면서 기억하는 것이지요~. 와닿은 문장은, 페이지 136에 ‘독서 노트 쓰기는 숲을 거닐다 마음에 드는 나무 앞에 다가가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 문장이 좋았습니다. 실천해 본 것은 이 책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봤어요. 제가 학생들한테 가르칠 때도 교과서에 줄 치라고는 얘기 안 하거든요? 저는 책 욕심은 많은데 집에 있는 책에도 거의 줄이 쳐있지 않거든요~ 훼손되는 것이 싫어서 깨끗하게 보고 플래그나 포스트잇으로 써서 붙일 정도인데 ‘깨끗이 보면 깨끗하게 잊어버린다’라고 나와 있어서 연한 베이비 핑크색 형광펜으로 줄 그으면서 읽어 봤어요. 확실히 눈에 더 잘 띄기는 하더라고요. 제가 아날로그를 선호해서 그런가, 마인드맵 프로그램이 그렇게 많은 지 이 책 보고 알았습니다~. 이상입니다.”

(짝짝짝짝)     


“와- 우리 ‘책 봄’ 벗 님들 엄청 일목요연하게 말씀해 주시고 실천도 다 해보셨네요~. 

말씀 듣고 나니까 다 읽고 싶어 져요~. 다음은 민지 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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