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_그녀들의 심야 독서모임(2)
“와- 우리 ‘책 봄’ 벗 님들 엄청 일목요연하게 말씀해 주시고 실천도 다 해보셨네요~. 말씀 듣고 나니까 다 읽고 싶어 져요~. 다음은 민지 님 어떤 책 읽으셨어요?”
“아 넵, 저 하면 되나요? 저는 인나미 아쓰시의 <1만 권 독서법>을 읽었는데요. 한 줄로 말하자면 ‘억지로 기억하지 말고 쓰기 위해 자연스럽게 흘려 읽어라’라고 요약해 봤어요. 처음에 제목이 1만 권? 너무 넘사벽이라, 평생 내가 1만 권을 읽을 수 있을까? 도대체 이 책 뭐지? 하면서 선택했잖아요. 인나미 아쓰시라는 작가는 일본 서평가로 활동하면서 1년에 700권을 읽는다고 해요. 계산해 보면 한 달에 58권 정도를 읽는 건데 서평 활동도 하면서 읽는 거잖아요. 아까 은영님이 소개해 주신 책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책 같아요~. 깊이 있게 독서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고 책의 포인트들이랑 인용할만한 것들을 골라서 새기는 거지요. 서평으로 아웃풋 하기 위해 읽는 거니까 핵심은 잘 기억하겠지만 세세하게 들어가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방식이에요. 어쨌든 많이 읽고 싶거든요.
키워드는 #플로우리딩 #들숨날숨 #미니멀독서 이렇게 적었는데요. ‘플로우’는 흐름,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듯이 읽는 거예요. 그리고 들숨과 날숨은 인풋과 아웃풋을 의미하는 것이고요. 미니멀 독서는 그 많은 책을 읽고 잘 떠나보내 주는 책장 정리하기까지 나와 있거든요.
1만 권이라는 글자에서는 위압감이 느껴졌는데 막상 읽어보니 기억을 억지로 안 해도 된다고 마음 편안하게 해주는 책? 그리고 삽화도 귀엽게 나와 있는데 책 내용을 잘 표현해 주는 듯한 그림들이었어요. 와닿은 문장은 115쪽에 ‘외우지 않아야 잊지 않는다’ 였는데요. ‘밑줄 긋기’ 하면서 외울 생각 말고 밖에다가 써내라는 거예요. 한 줄 이라도요. 어차피 '책 봄'에서 한 줄 쓰기와 생각 쓰기하고 있으니까 저는 책장정리를 좀 했는데요. 며칠 전에 단톡으로도 나눔 하고 당근으로 나눔 하고 남은 책은 버렸어요. 15권요. 책이 아깝고 함부로 버리면 안 될 거 같아서 이고 지고 살았었거든요. 근데 책장에 여유 공간이 좀 생기니 지금 관심 있는 책들로 채우고 싶어 졌어요~
(짝짝짝짝)
“음악을 듣듯이 읽는다는 표현이 새롭네요~. 다음은 수진님 말씀해 주세요~.”
“넵, 저는 <뇌신경 의사, 책을 읽다> 인데요. 지은이는 신동선이고요. 신경과 의사예요. 왠지 뇌과학적으로 설명해 줄 것 같아서 골랐고요. 키워드는 #대충 여러 번 #반복 #왕과 신하 이렇게요. 여기서 말하는 '크랩 독서법'이라는 게 결국 뇌신경 단백질 이름을 독서법에 붙인 건데 결국은 반복 독서가 답이다는 거고. 시간 재고 대충 여러 번 읽으라는 거예요. 왕과 신하는 뭐냐면 읽는 사람이 왕이고 책은 신하니까 여러 신하 중에 중요한 안건 먼저 보고 받듯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 먼저 신경 써서 보라는 뜻이고요.
제일 기억나는 문장은 41페이지에 ‘반복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반복은 기회이고 차별화의 포인트입니다.’라는 말이요. 뇌신경이 연결되어서 기억하려면 반복의 양을 늘려야 하는데 저는 반복이 어렵더라고요. ‘이 책 끝냈으니까 빨리 다음 책 넘어가야지’ 하게 되거든요. 또 ‘대충’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반복이 기회라는 말이 와닿았어요. 음~ 한 줄 요약은 ‘기억하려면 대충 반복해서 읽어라!’ 실천은 책에서 설명하는 ‘개요 읽기’라고 해서 뼈대 먼저 살피고 읽기를 해 봤어요. 가지고 있는 책 중에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뼈대부터 훑어보는데 특히나 차례에 모든 것이 다 나와 있는 책이거든요. 차례를 꼼꼼히 정독한 다음에 2번 연속 최대한 빨리 읽어 봤는데 좀 효과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어떤 책은 차례가 간단하고 본문 중간에 강조표시 잘 없는 종류도 있으니까. 어쨌든 차례나 서문을 좀 유심히 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짝짝짝)
다음은 도영이 말했다.
“저는 내성적인 건물주 <저는 이 독서법으로 연봉 3억이 되었습니다>를 읽었고요. 한 줄 요약은 ‘몸값 올리는 독서는 1권을 읽어도 실행하는 것’이고요. 엄청 빠르게 많이 읽는 것보다 책 읽고 실제로 써먹고 실천하는 것에 대해 나왔어요. 키워드는 ’#1권 1 진리 #관련 책 3권 #환경 설정이라고 적었고요. 저처럼 내향인인 사람은 에너지 관리도 잘해야 된다는 것도 배웠어요. 와닿은 문구는 젤 마지막이었는데요. 232쪽에 ‘실행을 방해하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과도한 인풋과 롤모델의 속도다.’라는 말이에요. 그래서 나만의 속도로 브런치에 일요일마다 글 1개씩만 써보고 있어요.”
(짝짝짝짝)
“우와~ 도영님 브런치 글도 쓰시고 부지런하시네요~.” 은혜가 말했다. “저는 독서 논술 선생님 최승필 작가님의 <공부머리 독서법> 읽었어요~. 한 줄로 줄이면, ‘자기 언어능력에 맞는 쉬운 책으로 재미있게 많이 읽어라! 선행학습도 하지 마라!’ 뭐 저는 그렇게 요약했고요. 실천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천문학책 <코스모스>를 읽고 있어요. 두께 완전 벽돌인데 66일 안에 다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거기 소개된 책 <플랜더스의 개>도 딸이랑 같이 한쪽씩 낭독하면서 읽다가 둘 다 울었어요. 딸은 저번부터 강아지 타령했는데 ‘강아지 키우자’ 소리 쏙 들어가고 파트라슈 불쌍하다고~! 저도 어린이 명작이라고 너무 만만하게 봤다가 눈물 폭발했어요. 자기 나이에 맞는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쉬운 책 읽어도 충분히 느끼는 게 있더라고요~. 그리고 뭐죠? 키워드. #언어능력 #자발적 독서 #즐거운 독서. 제일 와닿는 문구는 97쪽에 ‘목표는 딱 두 가지입니다. 소리 내서 읽는 속도로 읽을 것, 재미있는 책을 골라 재미있게 읽을 것.’ 여기서는 정독을 추천하고 빨리 읽으려는 아이들의 겉핥기 속독을 경계하더라고요.”
(짝짝짝짝)
"주희 님~ 많이 기다리셨어요~ 어떤 책 읽으셨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제일 큰언니인 주희는 인사과 부장이라 그런지 경청도 잘하고 비판하며 책 읽기도 잘한다.
“전 송숙희 작가가 쓴 <부자의 독서법>, 이거예요. 쭉 들어보니까 독서법 책이 이렇게 많은데 잘 읽고 끝나기 위해서 독서법 책이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 책에서 실은 독서를 잘하기 위한 새로운 스킬이나 비법이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책 읽는 목적이 중요한 거지. 그 목적 중 하나가 ‘부자’인 거고요.
이 작가는 ‘글쓰기’ 분야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고 월급쟁이 부자들 카페에 연재도 하는 사람인데 우리가 잘 아는 부자들 얘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결국 부자가 되려면 부자의 습관을 따라 하고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서 눈 뜨자마자 제일 먼저 제일 중요한 일인 ‘독서’에 시간을 들여라, 독서로 문해력을 키우고 해독한 글을 써먹으라는 거거든요. 그게 제가 해석한 요약이고요. 키워드? 키워드는 #지독한 책 읽기 #문해력 #아웃풋 독서. 이렇게 잡아 봤고요. 부자처럼 지독하게 읽어서 문해력을 키운 다음 아웃풋 하는 진짜 책 읽기를 해라는 거예요.
실천은 '아침에 1시간 일찍 일어나기'. 요즘은 회사 일이 바빠서 집에 오면 9시나 10시예요. 애들은 다 컸으니까 밥은 알아서 챙겨 먹거든요. 드라마 좀 찾아보고 자면 평소 6시 반이면 일어나요. 부자 되는 골든타임이라고 1시간 일찍 일어나 보겠다고 5시 반에 알람 맞춰 놨어요. 지금 작심 3일 끝나고 4일째거든요? 피곤해서 밤에 드라마를 볼 수가 없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혼자 조용~한 시간에 책 보니까 졸리긴 하는데 머리가 좀 정리되는 느낌? 언제까지 할지는 나도 모르겠어. 하하하.
젤 맘에 드는 문장은 왜 꼭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지 설명한 것 중에 ‘텍스트로 만든 콘텐츠는 불친절합니다. 단어와 문장을 접할 때마다 일일이 생각하고 떠올려야 합니다. 바로 이 점이 텍스트로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82쪽. 이거 요즘 공감해요. 웹페이지에 있는 글은 꼼꼼하게 안 읽어. 근데 책은 내 돈 주고 샀으니까 불친절해도 일단 읽어. 그런 게 오래 기억나더라고요.
우리 저번 공통 책 모임 때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책 누가 불친절하다고 얘기했더라? 어떻게든 소설을 끝까지 읽고 모임 가서 말을 해야 하니까 자꾸 글을 이해해보려고 하잖아요. 근데 그렇게 머리 굴리면서 읽은 책이라 몇 달 지났는데 아직도 커피 마시거나 화분에 물 줄 때 생각이 나요. 그건 왜 그 표현을 썼을까. 그 행동에 함축된 의미가 뭘까. 여운이 오래가잖아요. ‘책은 친절해야 돼. 그래야 읽어. 하지만 결국 책은 오래 남으려면 친절하면 안 돼.’ 혼자 그렇게 생각해 봤어요, 그냥.”
(짝짝짝짝)
두 달 만에 찾아온 금요일, 아파트 독서 모임의 밤이 무르익었다.
지혜네 집에서 밤 9시 30분에 시작된 만남은 어느덧 11시 30분까지 이어졌다.
남편과 저녁을 보내다 온 그녀도 있고 남자친구와 저녁밥을 먹고 온 그녀도 있다. 아이를 재우고 남편과 바통 터치를 하고 온 그녀도 있고 야근을 하고 온 그녀도 있다.
공통된 주제의 각기 다른 책을 읽고 나서 서로 나누고 싶은 말은 많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모여 제시간에 끝내려면 꼭 필요한 말 위주로 모임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배려와 경청의 시간.
모인 이들의 표정에 시간을 내어 참여하기를 잘했다는 만족감과 충만감이 넘실거린다.
독서 모임의 방식은 모임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바꾸어 볼 수 있다.
신도시 그녀들의 모임도 다양한 삶의 형태와 다양한 성향,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독서를 하고자 하는 한 가지 뜻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나갔고, 그녀들은 성장했다.
독서는 삶이다.
보다 나은 삶에의 의지다.
그녀들은 책에서 답을 찾고 방향을 찾는다.
주어진 현재의 삶을 여기에서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