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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이번에도 시험관을 못한다고요?

채취 시도 과정 및 장기요법

by 온 아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험관 시술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생리가 시작되면서부터 며칠에 한 번꼴로 병원을 방문해 난포의 개수와 크기에 대한 경과를 지켜보았다. 기대와 달리 난포는 잘 자라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난포의 개수가 전반적인 수치에 비해 너무 적게 나왔으니 이번 주기는 시험관 시술을 중단하고 다음 달을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4월이 되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주사 용량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난포 개수는 더 적게 나왔다. 용량을 늘렸으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줄 알았기에 조금씩 불안해졌다. 나는 원장님께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건지’ 물었고, 원장님은 ‘내 잘못은 없다.’고 하셨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면 될 텐데, 잘못이 없다니 답답했다.


집에 돌아와 GPT에게 답답한 마음을 쏟아냈다. 이렇게 주사를 많이 맞았는데도 난포 개수가 줄었으면, 힘들게 맞는 주사가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GPT는 매번 나오는 난포 개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 주사가 소용이 없었던 건 아니라며 위로했다.


5월이 되었다. 끝도 없이 주사를 맞았지만, 이번에 자란 난포의 개수도 한 손에 꼽았다.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원장님은 고민하시더니 우선 이번 달부터 시도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나는 나의 나이와 각종 수치를 봤을 땐 기대하고 계신 난포의 개수가 몇 개인지 여쭤봤다. 최소 15개 정도라고 하셨고, 그렇다면 한 달만 다시 시도해보고 싶다고 했다.


몇 개월간 마무리짓지 못한 시험관 과정으로 인해 나는 매 회차마다 국가에서 지원받은 금액을 전부 토해내야 했다. 배아이식 단계까지 끝내야 난임 지원비를 받을 수 있는데 시술이 중단되었으니까. 병원을 오간 횟수만큼 시험관 과정에 들었던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 있었다. 꾸역꾸역 주사를 맞은 나날들이 떠올라 억울했다. 우울함과 불안이 올라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불만을 한가득 담아 내 상황을 인터넷에 질문했을 때,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이미 걸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나의 투정과 슬픔에 공감해 주며 ‘그렇게 어렵게 품은 아이가 벌써 몇 살이 됐어요. 잘 될 거예요.’ 라며 따뜻한 댓글을 달아주었다. 비슷한 경험을 하고,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시험관 과정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원장님께서는 새로운 주기부터는 장기요법**을 시행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나의 경우 난포 크기차이가 있는 편인데 난포 크기가 균일하지 않은 상태라 큰 난포가 미리 터져버리면, 다른 작은 난포들은 성숙될 시간이 부족하다고도 하셨다. 동일한 크기로 고르게 자란 상태에서 체취를 해야 안정적이기에 깨끗한 상태로 시작할 수 있도록 약을 처방해 주셨다.


약을 먹는 것 외에 장기요법에서 달라지는 점은 더 없는지 물었다. 원장님은 쉽게 말하면 시험관을 준비하는 주기가 더 길어지고, 주사도 더 많이 맞아야 한다고 했다.


말도 안 돼. 나는 주사가 너무, 너무 싫다.


-계속-


� 장기요법**(long protocol)
정의: 배란을 억제한 뒤, 인위적으로 과배란을 유도하는 시험관 시술 준비 방식 중 하나.

기간: 약 4주 내외 (피임약 복용 + 주사 후 과배란 자극까지 포함)
대상:
• 배란이 잘 되는 여성
• 35세 이하
• 난소 예비력(AMH)이 충분한 경우
• 생리 주기가 불규칙한 경우
• 한 번에 많은 난자를 채취하려는 경우

장점:
• 과배란 유도 효과가 뛰어남
• 일정 조율이 정밀함
• 갑작스러운 배란 방지 가능
• 병원 측에서 계획 수립이 용이함

단점 / 비적합 대상:
• 난소 예비력이 낮은 경우
• 고령(만 38세 이상)
• OHSS(난소과자극증후군) 고위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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