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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출장기

그러니까 말레이시아 브런치북인데 이제 근교를 더한..

by 열무

출장 때문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머물고 있다.

잠깐이지만 자카르타에 머무는 동안 관광을 좀 해볼까했는데,

여행카페를 둘러보니 자카르타에는 볼만한 관광지가 없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보다도 인도네시아에 자주 출장을 오는 지인이 폴로를 가보라고 했었는데,

그 이유는 폴로가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 폴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진짜 폴로 랄프로렌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 먼저 상표권 등록을 한 덕에 폴로 로고를 붙여 팔고 있는 진짜이되 가짜이며, 가짜이되 진짜인 그런 애매한 포지션의 브랜드였다.


이른 비행기를 탄 덕에 자카르타에 도착한 첫날에는 국립박물관-모스크-성당 순으로 둘러볼 수 있었다.

모스크에서 현지 경찰을 만나 입장이 마감된 모스크 구경을 할 수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관광지 자체로서의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인도네시아의 진가는 다음날 출근하고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지점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이게 인도네시아의 장점일지, 지사 차원의 장점일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인도네시아, 그것도 지사에서 근무하는 일은 꽤 매력적이어 보였다.

인도네시아 사무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웃음이 많았다.

내게 브리핑을 해주는 동안에도 그랬고,

온라인 회의를 할 때에도 그랬다.

온라인 회의를 할 때에는 심지어 조금 어이가 없기도 했는데,

무언가 말이 막히거나 머쓱할때에 꺄르르 웃는 것이었다.

말레이시아나 그 외의 다른 국가들이랑 회의를 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한번은 제네바에서 주재하는 회의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서로 질책을 하느냐고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얼음장 같은 온라인 회의는 처음이었다.

자신의 화난 감정을 스크린을 통해 잘 표현하는 재주들이 있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직원들과 함께 진행한 온라인 회의에서

꺄르르- 하는 웃음이 나왔을 땐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일을 해야 한다면 그런 사람들과 하고 싶다.

서로를 격려할 수 있는 사람들,

머쓱할 땐 가끔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사람들,

밝고 경쾌한 웃음소리를 가진 사람들.


여성적인 것들이 결국 천국에 간다는 구절을 단테의 신곡에서 본적이 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은 결국,

힘보다는 부드러움이,

차가움보다는 따뜻함이,

질책보다는 격려가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지사에서 근무를 할 순 없으니,

한국에 돌아간다면 본사가 아닌 지사에서 근무할 기회를 모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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