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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영어공부하러 오는 것에 대하여

by 열무

말레이시아에 자녀를 데리고 오는 부모가 많다.

한달살기를 하기도 하고,

국제학교를 보내기도 한다.


나는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에 여기가 이렇게 학부모들에게 인기 많은 나라인지 몰랐다.

와 보고 보니 방학이면 한국 학생들이 영어캠프를 많이 오고,

한달살기 단톡방도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어 정보 공유도 많이 되고 있다.


다만, 생각보다 비용이 만만치가 않은데,

일단 월세만 200만원 이상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레지던스는 스타레지던스인데,

나도 초기에 한국 사람들이 가장 꼼꼼히 잘 구한다고 생각해서 장기 숙소로 스타레지던스 하우스 뷰잉을 갔었다.


스타1, 스타2 보다는 스타3이 좋다는 얘기가 있어 뷰잉을 했는데,

내게는 너무 주변 분위기가 상업적이었고,

무엇보다 주변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 낮 시간에는 머물기가 어려웠다.

특히 남편은 휴직 중이라서 낮에 집에 머물러야 하는 일이 많을텐데,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선택지였다.


아마 많은 분들이 어학원 위주로 집을 구하다보니 안락함은 떨어져도 실용성 위주로 집을 구하게 되는 것 같았다.


아무튼, 한달살기를 기준으로 영어를 말하자면 약간의 단점이 있는데 아래와 같다.


1. 우선 실생활에서 영어를 쓰기는 조금 어렵다.

여기는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나라이다. 특히 KLCC 상권은 대부분 외국인 근무 비중이 높은 편인데, 그래서 음식을 시킬 때에 영어로 소통이 많이 되지는 않는다.

one mango juice, one dimsum, please. 이런 식이랄까.


2. 단어 나열 위주의 말하기, 그리고 억양.

처음엔 말레이시아 영어가 잘 안 들려서 정말 혼났다. 이대로 나 업무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몰려올 때 쯤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쓰고 보니 귀를 트이게 하는 장점이 있는건가..?

이제 진짜 인도영어도 알아듣는다 ㅎㅎㅎㅎ

귀는 트이는데, 내가 이 습관을 배우고 싶지는 않다.

말레이어나 중국어 억양이 섞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오빠는 꽤 긴 문장이었는데 그 문장 중간까지도 중국어인줄 알았다고 한 적도 있었다.

잠깐 와서 영어에 노출시키는 것은 괜찮지만, 자녀 영어 때문에 오래 거주하게 되는 것은 조금 생각해볼 일인 것 같다.


3. 가성비

숙소 200만원, 어학원 100만원, 생활비 300만원, 뭐 이런식으로 잡다 보면 한 달에 7-800만원 깨지기 십상이다. 그렇게 한달을 영어 때문에? 영어에 대한 큰 기대를 갖고 온다면 실망하게 될 것 같다.


다만 그럼에도,

한 달 동안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에서

영어로 내가 직접 발화하면서 생활한다는 것은 좋은 기회이다.

근교에 놀러갈 곳도 많아서 한 달 이상 거주한다면 동쪽의 아름다운 바다나 근교로 여행을 가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된다.


그래서 나도 언니한테 조카들 데리고 길게 놀러오라고 했는데,

이건 내가 여기 숙소가 있어서 하는 얘기이지,

혹시 언니가 '영어'만을 목적으로 자녀들과 한달 살기를 간다고 하면 재고해보라고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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