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대치동에서 살아남기

사실은 우리 아이 살아남기 편,

나홀로 아파트를 샀다. 처음에는 경매로 시작했다. 2024년 6월 서초 법원의 경매열기는 뜨거웠고 내가 눈여겨보던 잠원동의 나홀로 아파트는 나의 예상가를 상회하며 낙찰되었다. 그렇게 예산을 훌쩍 초과한 나홀로 아파트들을 전전하였고, 청담동의 한 집이 마음에 들어 계약금을 넣으려했는데 주인은 계좌번호를 쉽게 주지 않았다. 우연찮게 네이버 부동산에서 잠실의 역시나 한 동짜리 아파트가 눈에 띄어 연락을 해보았는데 가격도 착하고 평수도 넓었다. 이 정도면 우리 아이가 커서 독립해 나갈 때까지 우리 가족 이사다니지 않고 살 수 있겠다 싶었다.


아이 학교가 문제였다. 집을 팔기 위해서 용인에서 서울로 이사를 해야하는데 그렇게 전학을 하고 내년 3월 잔금날 이후로는 또 다시 잠실동의 학교로 두 번이나 전학을 해야한다. 월셋집을 얻었다. 1000만원에 63만원 다가구 원룸이다. 그 방도 얻기 위해 서너번은 임장을 가야했었다. 이번에는 학원이다. 잠실동 학원도 거리가 만만치 않아 차라리 대치동 학원으로 픽드롭을 해줄까 싶어 ILE 레벨테스트를 봤다. 에세이가 빵점이다. 아이가 테스트 마칠 때까지 교재를 살펴보았는데 중학생 교재인가 싶어 눈이 휘둥그레 있는데 접수원이 "어머님, 그건 초1이고 옆의 칸이 초2입니다."하는 것이었다.


문제일게 무어겠는가. 열심히 공부해서 따라잡으면 되지. 아직 9살 어린아이인걸. 잠실동에 신혼초부터 살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실로 이사를 하는데, 아이 학원이 걱정이네." 아이가 공부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면 이미 늦은 시기더라는 친구의 말과 이제 잠실을 떠난다는 친구의 말에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대치청실이라고 하는데 거기가 어딘지 몰랐다. 대치래미안팰리스...최근 실거래가는 38억. 내 친구는 뉴스에 나오는 40대였다(우리는 아니고). 이제 시작이다. 팰리스, 캐슬에 사는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씩씩한 엄마가 되는 법.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알고 선택한 길이다. 스타트 라인 조심히 끊고, 그 여정을 함께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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