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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칼퇴!

오늘 우울하다고 내일까지 우울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이사를 했다.

세입자가 짐을 빼고 나간 자리에 곰팡이가 생겨있었다. 

수리를 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시작되었다. 

계단으로 장비를 가지고 와서 수리를 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아야 한다. 


새로 계약을 한 집에 대출을 받아 들어가려면 기존의 대출을 빨리 꺼야 한다.

잔금일이 촉박해 우리 집을 급매로 내놓았다.


곰팡이, 매도, 계약체결, 은행 대출 묵직한 이슈들이 가슴을 짓누르는 나날이었다. 


학교에서는 연구과제가 마무리단계에 들어갔다.

온갖 행정서류에 영수증 처리에 결과보고서도 써야 한다. 기말이 되니 점수를 집계하고 보정해서

학생들 성적도 줘야 한다. 

신기한 건 

이렇게 일이 끊이지 않는데도

늘 기본 정서로 젖어있던 우울감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침대에서 눈을 뜨면 손가락 하나도 까닥이기 싫던 그 무력의 늪에서 

부지불식간에 빠져온 것이다.


미국으로 이민-긴 출장을 간 친구가 우울감을 호소하는 톡을 보냈다.


가족과 떨어져 있고,
연말은 다가오고,
건강은 좋지 않고,
일은 많고...


친구에게 또는 나에게 기억하라고 남기고 싶은 메모가 있다.


오늘 우울하다고 그 우울함이
내일 똑같이 지속된다는 법은 없다.
우유를 저어서 언제 치즈가 될까 싶지만
발버둥 치고 숙성의 시간이 흐르면
더 넓은 세상에서, 
식견을 넓히고 개인의 역량을 키우게 될 것이며,
더 강해질 것이고
외로움과 우울함으로 점철된 희생의 시간은 
높은 연봉과 어려운 상황도 거뜬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냥 씻고 자라고.
내일 일어나 보면 어제보다 한 뼘 자란 내가 힘을 낼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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