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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유 Jun 14. 2017

그릇

눈망울이 큰 만큼

너는 많은 것을 담아내고자 했

너는 그릇이 되고자했어


너는

어떤 것이든 담아내고자 했어

너는 세상의

사랑을 담고 슬픔도 담고 기쁨도 담고 아픔도 담았


그리고 그것들은 다 네가 되었어

너는 그릇이었기 때문에

담아내는 것들이 곧

너 자신이었지


너는 그렇게 네가 된 거야


담은 것들이 흘러 넘쳐

네 모습을 가리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너의 담아낸 것들로

네가 되었고

너의 담아낸 것들로

너를 잃었어


그릇이 되는 것이

멋진 삶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지


그 자체로

그 자체로 있어도 되는 건데


담지 않아도

아무 것도 품지 않아도

예쁘다고

그 자체로 예쁘다고

그 자체로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그 자체로도

무엇을 담지 않아도


너는 존재한다고



20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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