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망울이 큰 만큼
너는 많은 것을 담아내고자 했어
너는 그릇이 되고자했어
너는
어떤 것이든 담아내고자 했어
너는 세상의
사랑을 담고 슬픔도 담고 기쁨도 담고 아픔도 담았어
그리고 그것들은 다 네가 되었어
너는 그릇이었기 때문에
담아내는 것들이 곧
너 자신이었지
너는 그렇게 네가 된 거야
담은 것들이 흘러 넘쳐
네 모습을 가리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넌
너의 담아낸 것들로
네가 되었고
너의 담아낸 것들로
너를 잃었어
그릇이 되는 것이
멋진 삶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지
넌
그 자체로
그 자체로 있어도 되는 건데
담지 않아도
아무 것도 품지 않아도
예쁘다고
그 자체로 예쁘다고
그 자체로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그 자체로도
무엇을 담지 않아도
너는 존재한다고
2017.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