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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ㅈ Aug 16. 2019

<여름과 겨울의 노래> 정현종

당신의 밤

알지 문득 깬 저녁잠 끝의

순수 외로움의 무한 고요,

그대 마음속의 빈 자리가

결국 모든 사람의 자연인 달빛이나

시간의 은혜로써 채워질 뿐임을.



-

 가장 까운 사람 중  년 간 극심한 불면증으로 고생을 하 사람이 있었다. 예민한 탓에 원래에도 잠귀가 밝고 한 번 깨면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최근에는 여러 어려운 일들이 겹치며 그 고통이 너무 커진 상태였다.


 쉽게 잠들지 못했고 어렵게 든 잠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한겨울, 바람이 매서운 새벽에도 깜깜한 집 앞 공터를 한 시간 두 시간 맴돌다 들어오곤 했다.


잠결에 닫히는 현관문 소리, 쉽게 가시지 않는 담배 연기, 모두 잠든 새벽에 사라지는 메세지 옆 숫자. 자고 일어나 쌓여있는 한 밤 중 메세지들. 

이런 것들이 정말지. 내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다.


나는 그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를 도울 수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그의 새벽에 최대한 동행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백하자면 나는 체로 럭저럭 잘 자 못 자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 편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 간 꼭 새벽에 적을 땐 한두 번 많게는 세네 번 깰 때가 있었다. 적적하고 또 아주 가끔 막막했지만 이런 일들이 내게 크게 괴롭지는 않았다. 벽에 도착하는 그의 메세지에 우연히 답할 수 있고 이따금 통화를 할 때면 우습지만 내가 잠에서 깬 것이 다행스럽고 뿌듯하 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대체로 잘 자고 잘 먹는 내게  시간은 고요하고 평화롭고 아름기도 하지만 시에 나는  시간오롯이 혼자 맞이할 때의  막막함, 외로움. 그 숨막힘 대해서도  알고 있다.


인터뷰에서 밤편지라는 노래를 두고  아이유는 오랜 기간 불면증에 시달려왔음을 고백하며  "지금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뭐라고 고백해야 마음이 전해질까 상상했다. 그 사람의 숙면을 빌어주는 게 가장 큰 고백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못 자고 있지만, 너는 잘 잤으면 좋겠어’ 이 마음이 사랑인 것 같다고 느꼈다”는 설명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누군가의 밤이 걱정되는 그 마음이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잘 잤으면 좋겠고, 혹시나 그렇지 못 하더라도 그 시간이 너무 막막하고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는 그런 마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몇 년 전 새벽 뜬금없이 저 시를  내게 보내주었다. 몇 문장 안 되는 시가 잠 못 들던 나의 새벽, 그 막함을 많이 달래주었었다.


 많은 순간 단점이 되는 내 우둔함이  어떤 한 새벽의 강아지, 시, 노래 같은 것들처럼  한정판 '아무 때나 깨워도 됨'이 될 수 있으면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생각다.


 신이 최대한 잘 먹고 잘 잤으면 좋겠다. 신의 밤이 평온했으면 좋겠다.  되면 날 워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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