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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Mar 15. 2016

역설적인 경제 불황 치료법

마이너스 금리의 개념과 역사

돈을 맡겼더니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한다


요새 들어 유로존, 북유럽, 일본 등 각국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원래 이자는 돈을 빌려준 사람이 그 대가로 받는 것인데 오히려 돈을 빌려주면서 거꾸로 이자를 내야 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빌려주면서 거꾸로 이자를 내야 하는 현상이 발생

왜 이런 현상이, 그것도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기본 개념부터 차근차근 알아가 보자.

무엇이든 기본이 중요한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결론부터 말하면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은행과 중앙은행과의 거래에 적용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집을 마련하기 위해 일반 은행에 가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은행에서 거꾸로 우리에게 이자를 주는 개념은 아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은행과 중앙은행과의 거래에 적용된다


돈 맡기시면 이자 가져갑니다 = 앉아서 돈 벌겠습니다


일반 시중은행은 만약을 위해 보유 자금 중 일부를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으로 저축해둬야 한다. 그리고 약속된 지급준비금 이상으로 자금을 더 넣게 되면 중앙은행은 해당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금고를 사용했으니 보관료를 내라고 한다. 이 보관료가 마이너스 금리의 이자인 셈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과의 거래에만 적용이 되니 일반인들이 접해볼 기회가 드물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스위스, 최근 일본에서는 일반인들의 투자가 가능한 국채시장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발생한다.


그럼 스위스 가서 돈 빌리면 이자도 주나?


그 이유는 명료하다.

글로벌 투자환경이 불안해지면서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됐고,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웃돈을 주고서라도 채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웃돈을 주고서라도 채권을 구매한다

예를 들어 만기에 $1,000,000를 받는 채권은 약간 할인된 $980,000 정도에 구매해야 채권에 투자하여 만기까지 수익을 얻는 의미가 있는데, 현재는 오히려 $1,100,000으로 더 비싸게 구매하는 꼴이다.


분명 $1,000,000이라고 쓰여있는데 #$%$&%^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신흥국에 풀린 자본이 다시 선진국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은행 스스로의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면서 가지고 있는 돈을 금고에 마냥 넣어두지 못하고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국채에 투자한다.


은행 빠염


마이너스 금리의 역사

마이너스 금리는 현대에 들어와서 처음 생긴 개념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 적이 있다.


먼저 약 4천 년 전 구약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요셉의 경우다. 요셉은 어렸을 적, 형들의 계략으로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훗날 총리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가운데 파라오같이 생긴 사람이 요셉


총리가 된 요셉은 7년을 주기로 이집트에 찾아오는 가뭄과 홍수로 인해 고민이 있었다. 당시 이집트는 풍요로운 곡창 지대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7년마다 기근에 시달리고 있던 것이다.


요셉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확을 많이 할 수 있는 기간에 자급자족 초과분을 미리 국가 곳간에 저장해 두고 이를 증빙할 수 있는 보관 증서를 수확자에게 발행해주었다. 가뭄과 홍수가 나서 식량이 부족해지면 보관 증서에 쓰여있는 양만큼 곡식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진짜 이집트 사진이다. 진짜다


본래 국가에서는 수확자에게 곡식 저축에 대한 이자를 주어야 하지만 요셉은 오히려 곡식 보관에 대한 보관료를 수취했다. 즉, 돈을 내고서라도 맡길 사람만 맡기도록 법을 제정하여 너무 많은 곡식 저장으로 인해 관리가 어려워지거나 과잉 저축으로 국가 경제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했다.

요셉은 오히려 곡식 보관에 대한 보관료를 수취했다


이 제도가 오늘날의 마이너스 금리와 같은 개념이며, 당시에는 보관 증서만 가지고 가면 전국 어디서든 똑같은 양의 곡식으로 교환이 가능했다.


중세 유럽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개념이 있었다.


이렇게 생긴 사람들 있지 않은가


당시 중세 시대 영주와 군주는 주기적으로 금화 또는 은화를 거둬들여 더 많은 양의 화폐를 다시 만들어냈다. 가령 주화 10개를 녹여서 철을 첨가한 후 겉모양이 똑같은 주화 11개로 재발행하는 것이다.


추가 발행분을 포함한 주화가 다시 유통되면 그만큼 화폐의 가치(구매력)는 하락하게 되며, 이는 마이너스 금리와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오늘 스위스 많이 나온다. 스위스 가보고 싶으다


이후 1970년대, 스위스 프랑(Franc)이 안전자산이라는 이유로 프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스위스 정부가 외국인 매수에 대해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 사례가 있었지만 상황이 이례적이었고 단기간에 그쳤다.


이처럼 역사적으로도 마이너스 금리가 존재했으나 19세기로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추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You die...가 아니라 그냥 마이너스 금리...?


지금 와서 다시?

그렇다면 지금 왜 갑작스레 세계 곳곳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속속 시행되고 있는 것일까.


현대 글로벌 자금 시장은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다. 이로 인해 아무리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풀어도 그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드러내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반역인가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이에 대해 ' NO'라고 대답했다.

1930년 세계 대공황 당시 어빙 피셔는 미국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velt)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제안한다.


KFC 할아버지가 아니라 어빙 피셔


또 당시 남미와 유럽을 오가며 장사했던 장사꾼이자 무정부주의자이며 경제학자였던 실비오 게젤( Silvio Gesell)은 1910년 발간한 'The natural economic order(한국에는 '자유로운 경제질서'로 번역됨)'를 통해 불경기에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자본가들이 가만히 앉아서 이자를 받아 가는 형태로 명목 자본(Nominal Capital)을 늘려나가기보다, 자본 소유에 페널티를 부과함으로써 상품/서비스 생산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실질자본(Real Capital)을 늘려나가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비오 게젤. 잘 생겼다


희대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이 이론을 반박하면서도 훗날 많은 사람들이 게젤의 이론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것이라고 자신의 저서를 통해 밝혔다.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사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는 국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맞닥뜨리고 있다.


케인스의 예언인듯 예언아닌 예언같은 예언이 맞아떨어졌다


공포를 타개하기 위한 역사적 실험 중

지금까지 살펴본 마이너스 금리의 탄생 원인을 살펴보면 그 이면에 공포감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제 경제적인 팩트와는 별개로 공포감이라는 인간의 심리가 개입되어 현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더불어 심리뿐만 아니라 실제 경제 펀더멘탈도 불균형 상태에 있어 더욱 심각한 상태다.


요놈이 문제였다 요놈이


따라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정책을 통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역사적인 실험 과정 중에 있다.


실제로 이 실험이 하나의 성공으로 기록될지 역사적인 실패로 기록될지는 훗날 우리 후손들이 경제학 교과서를 통해 판단한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될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역사적인 실험 과정

마치 뉴턴의 실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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