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의 시

유월 일일

오늘의 일기:시

by 조사랑

봄이 길었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잠시 멈춰있다

유월 일일이어서야 여름이 왔다


그래도 아직인지

해가 넘어가면 바람이 차다

송골송골 땀이 난 자리가 시원하다


뒷베란다 창틀에 팔꿈치를 얹고

저무는 하루를 지켜본다

보라색, 탁한 자주색, 연한 하늘색과 섞인 노란색

팔레트에 있는 모든 색깔이 다 보인다


도심의 아파트가 여느 바닷가 부럽지 않다


여름이불을 꺼냈다

바스락거리는 모달 천 아래 쏙 들어가

반바지 밑 맨살을 쓱쓱 문댄다

몸의 반에만 이불을 얹고

바람이 발바닥에 닿았다 가는걸 느낀다


창문을 닫지 않는 계절이다

갓 밥솥 뚜껑을 연 냄새

아이들의 고함소리, 웃음소리, 달려가는 소리

조용하게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

방충망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여름의 여덟 시


여름이 오면 뒷베란다 창문에 매달려 열심히 하늘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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