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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경 emb Apr 21. 2024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4

IMASE-NIGHT DANCER



병원을 찾아간 건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첫날 밤, 정작 약을 먹으려니 정작 두려움이 앞섰다. 이미 인터넷에서 수많은 우울증 관련 글을 찾아본 상태였다. 한 번 먹으면 못 끊는다는 말은 근거 없이 들렸지만, 감정이 외부 요인에 의해 컨트롤된다는 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이미 그러고 있었음에도.)


시작은 '적응'이라고, 젊은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일단 약에 적응하고, 용량은 늘려야 할 겁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시작하지 않는 차원이니, 부담 갖지 말아 보세요."


두 알짜리 알약을 삼켰고 잠에 들었다. 다행히 불면증은 내 증상엔 없었지만, 한밤중 자꾸 깨고 악몽을 꾸는 일은 번번히 일어났다.



약을 먹기 시작하고 일주일 동안은 아무 변화도 없었다. 당시 나는 하루하루가 힘들었기에, 두 번째 면담에서 다시 한 번 오열했다.


"선생님, 아무래도 제 문제인 것 같아요. 치료도 소용 없는 것 아닌가요? 약을 먹어도 이 진창같은 기분이 그대로인데요."


이런 상황이 익숙한 선생님이 달래주며 말했다.


"원래 정신과 약이라는 건 약효가 드는 데에 최소 1-2주가 걸려요.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약이라 바로 듣진 않거든요. 걱정 말고, 계속 먹어봐요. 거르진 마시고요."



전문가 말은 늘 옳다. 늪 속을 걷는 기분을 빠져나오는 데는 딱 1주일 반이 걸렸다.


우울증이 병인 이유는 간단하다. 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우울한 감정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는 것이었다.

아프지 않은 사람들 역시 우울감을 느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다시 원상복구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울증 환자는 그 고리가 끊긴 상태. 약효가 듣기 시작한 뒤, 나의 고리는 다시 서서히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우울감과 끔찍한 감정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학을 어느정도 멈췄다.

내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걸 깨달아도 '난 쓰레기야'라는 생각 대신 '어쩌라고?'라는 물음표를 붙이기 시작했다. 



호숫가에 던져진 돌의 파장은 잠시 울림을 퍼뜨리다가 가라앉는 법. 울림이 더이상 퍼지지 않고, 두세 번의 파동을 끝으로 다시 잔잔한 호수로 돌아간다. 나의 감정 역시 그렇게 다스려졌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상담'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초진을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한 번 병원을 갈 때마다 10분 남짓 대화를 한 뒤 처방전을 받고 돌아온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 병원이 잘 맞았다. 나의 '우울감'은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지만 그것의 유지는 내부에 있었기에, 사실 그렇게 할 말이 많지 않았다.

"우울해요"를 남발하는 것 외에 할 말이 없는 나에겐 오히려 일주일 동안의 증상을 설명하고, 이 설명을 세심히 들은 뒤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의사가 더 잘 맞았다. 


그러면서도 진료를 대충 보거나, 나에게 관심을 덜 기울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질문 하나를 세심하게 골라 물어보는 그의 태도는, 질문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어느날 내가 물어보긴 했다.

"선생님은 왜 상담 시간이 길지 않아요?"


어느새 신뢰관계를 쌓은 의사가 말했다.

"상담치료가 필요하다면 시간을 좀 더 늘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비용이 듭니다. 선생님의 상태는 상담보다는, 안에 있는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게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털어놓을 것보다는 마음 속 우울감이 더 아프지 않나요? 그걸 조절할 수 있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맞는 병원을 찾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들 한다.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변하는 외부 요인은 없었다. 바뀐 건 나 자신뿐. 마음의 불이 켜지고, 감정이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계속-


どうでもいいような 夜よるだけど

響どよめき 煌きらめきと君きみも


まだ止とまった 刻きざむ針はりも

入いり浸ひたった 散ちらかる部屋へやも

変かわらないね 思おもい出だしては

二人ふたり 歳としを重かさねてた



또 때론 의미없는 밤이더라도

울림과 반짝임과 너도


아직 멈춘 새기는 바늘도

틀어 박혀서 흩어지는 방도

변하지 않는구나, 떠올리고선


둘이서 나이를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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