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험.
나는 아침 6시 20분에 일어난다. 30분간 출근 준비를 하고, 2시간 동안 버스에 몸을 누인다. 회사에 도착해서 열심히 일을 한다. 점심을 먹고, 또 앉아서 일을 한다. 그러다 6시가 되면 퇴근을 하고, 2시간 동안 집을 향해 가는 버스에 몸을 맡긴다.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책상 앞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는 유튜브를 켜고 영상을 본다. 그러다 12시가 되면 잠에 든다.
매일이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
무기력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서 자유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적다면 그 적은 시간이라도 잘 분배해서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무기력해졌고, 무기력했기에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그 처절한 악순환의 굴레를 끊어내지 못하고, 그저 내 몸이 서서히 망가지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나에게는 그 굴레를 끊어낼 자신이 없었다.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 내가 누리는 행복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를 방치했다. 아직 젊으니까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빙글 돌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부정맥이었다.
급격히 불어난 지방과, 몸을 망치는 식습관, 그리고 주 평균 2000 보라는 압도적인 수치의 활동량이 기여한 일이었다.
나는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고 바로 병원으로 직행했다. 받을 수 있는 검사란 검사는 모조리 다 받았지만, 심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간혹 부정맥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악성 부정맥이 아닌 양성 부정맥이었고, 심지어 횟수도 아무 의미 없는 수준이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는 죽음과 먼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귀찮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뤄왔던 일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생각났다.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항상 바라 왔던, 꿈꿔왔던 목표를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요절할 것 같았다. 분명히 그 가능성은 실재했다.
내가 운동을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집 근처를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뛰었다. 별다른 운동법은 몰랐다. 호흡법이나 착지법, 페이스 조절 등등 아무 정보도 알려고 들지 않았다.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런 부수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니었다. 나에게 진정 필요했던 것은 내 몸을 움직이고자 하는 스스로의 의지였다.
그냥 무작정 달렸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몸은 더 많은 산소를 갈망했다. 외부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았다. 나는 철저히 나와의 싸움을 시작했고, 그 싸움에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의 강력한 의지였다.
식단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물론 진정한 다이어터처럼 철저히 정해진 식사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설탕을 조금 줄이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본질은 식사량을 이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인 것에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났다. 달리는 법을 모조리 까먹었던 내 몸은 어느덧 달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고, 퇴근 후 피곤함에 찌들어 집에 겨우 도착했던 과거와는 달리 집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자리에 앉을 때 까지도 몸에는 기운이 넘쳤다.
신기한 일이었다. 중, 고강도의 운동이 신체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말은 항상 들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다.
누워있을 때 숨이 막히는 느낌도 없어졌고, 걷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 일도 사라졌다. 내가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사소한 양성 부정맥은 여전히 건재하나 그 빈도와 세기가 이전보다 줄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다.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달릴 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좋지만, 건강을 향상시키는 키 포인트는 분명 유산소 운동이리라.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만일 당신이 나와 같은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움직여라. 우리는 움직이기 위해 태어났으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보는 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나 자신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