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소비의 과정 속에서 IT 서비스 알아보기
IT 회사에서 만들고 제공하는 서비스, 즉 IT 서비스는 매우 특이합니다. 전통적인 경제 활동 대상인 ‘재화’와 ‘서비스’의 범주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독자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IT 서비스는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IT 서비스와 상호작용할 수는 있지만, 이것을 IT 서비스를 만지고 소모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정 어플을 구매해서 소유할 수는 있지만, 그 서비스 자체가 구매자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IT 서비스는, 왜 이렇게 제3인류같은 특성을 가지게 된 것일까요?
뭐 되는 IT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두 가지 특징을 통해, IT 서비스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IT 서비스는 생산과 소비의 방식이 서로 다릅니다.
IT 서비스는 생산과 소비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꽤 신기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IT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은 ‘재화’에 가깝지만, 이를 사용하는 방식은 ‘서비스’와 가깝다는 점입니다.
물질적인 재화인 지우개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지우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우개를 생산해야만 합니다. 여러 재료를 넣고 기계를 돌려서 실제로 만질 수 있고 사용이 가능한 지우개를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우개는 유통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적당한 가격에 판매됩니다. 지우개의 소유자가 된 소비자는 이 지우개를 열심히 사용합니다. 그럼 결국 지우개는 닳아가며 결국 남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반면, 비물질적인 서비스는 어떨까요?
이번에는 지우개를 운송하는 운송업자가 되어봅시다.
운송 서비스의 경우에는 재화와 달리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공장에서 지우개를 받아 문구점에 전달하는 과정은 운송업자가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이자 문구점 사장님이 운송 서비스를 소비하는 과정입니다.
즉, 같은 행위에 대해 다른 주체들이 각각 생산 또는 소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우개를 전달했다는 행위가 있었으나, 운송 서비스를 통해 운송 기사님이 만들어낸 재화는 없고, 문구점 사장님이 추가적으로 취득한 물질적인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가치는 있었고, 소비자는 만족하며 돈을 지불했습니다.
하지만, IT 서비스는 재화나 서비스와는 조금 다릅니다.
먼저, 맛집을 찾을 수 있는 가상의 서비스를 만든다고 가정해봅시다.
먼저 맛집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당연히 그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개발자들이 밤을 새서 코딩을 한 결과, 맛집 서비스인 ‘헝그리 정신’이 만들어졌습니다. 컴퓨터 위에서만 돌아가긴 하지만, 일단 직접 만든 코드가 있으니 실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헝그리 정신’을 광활한 인터넷 세상에 배포하니, 사용자가 들어와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한 사용자가 ‘헝그리 정신’을 애용하고 있고, 맛집 추천을 받기 위해 돈까지 지불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럼 이 사용자는 ‘헝그리 정신’을 소유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사용자가 매일 열심히 사용한다고 딱히 서비스가 닳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헝그리 정신'를 열심히 쓰는 사용자가 다른 사람에게 이 서비스를 추천하거나, 이 서비스에 더 많은 데이터를 쌓아주면서 사용자를 더 많이 끌어모으게 됩니다.
IT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은 ‘유형의 재화’를 생산하지만, IT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무형의 가치’를 얻게 됩니다. IT 세상에서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경제 활동 방식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IT 서비스는 ‘생산은 재화처럼, 소비는 서비스처럼 아루어진다’는 첫 번째 특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IT 서비스의 특이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하나 만들어 하나 파는 기존의 생산 구조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IT 서비스의 두 번째 특징을, 다음 편에서 마저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