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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늘이 Feb 28. 2024

이야기를 기다리는 시간

<옛이야기 에세이> 바다를 건너는 생쥐이야기



나는 옛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린시절,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는데, 커서 가난하게 살면 어쩌나 걱정하면서도

이야기해 달라고 엄마를 많이 졸랐다.

식당 일로 바쁜 엄마는 밤이 되어서야 고단한 몸을 뉠 수 있었다.

어린 딸이 옛이야기 해달라고 하면 엄마는 졸린 목소리로 생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어질 이야기를 기다렸다. 바로 얘기해 주면 좋은데 엄마는 항상 뜸을 들였다.


“생쥐는 세상 구경을 떠나기 위해 배를 만들었어...”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항상 똑같다. 그래도 바다로 떠난 생쥐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난 '그래서'를 반복했다.


“......, 생쥐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어...”  

“어제도 바다로 나갔잖아.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뒷이야기가 궁금한데 엄마는 또 뜸을 들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야기에 뜸을 들인 게 아니라 엄마는 쪽잠이 들었던 거였다.

  

“......., 생쥐는 아직도 바다를 건너고 있어.”

 바다 다 건넜어?"

 “......., 아니, 아직도 바다를 건너고 있어. 

 “생쥐는 언제 바다를 다 건너는 거야?, 언제 육지에 닿는 건데?.”


엄마는 어린 딸의 질문에 '아직도 바다를 건너고 있어'만 반복하다가 주무셨다.  

어제도, 그제도, 그 그저께도 그랬다. 나는 잠든 엄마 옆에서 바다를 건너고 있는 생쥐를 생각하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내일이면 다 건너겠지 하면서.



몇 년 전 엄마에게 전화해서

"엄마, 바다를 건너는 생쥐 어떻게 되었어?

라고 뜬금없이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아직도 바다를 건너고 있지."

라고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암튼 울 엄마는 이야기꾼이다.


엄마가 들려준 '바다를 건너는 생쥐 이야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다. 

이제는 내가 아들에게 들려준다. 졸리지도 않은데 이 이야기 들려줄 때는 일부러 졸린 목소리로 들려준다.

엄마처럼 뜸 들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어린 시절, 엄마의 옛이야기를 기다리던 시간. 그 시간이 많이 그립다






'걱정 말고 어여 밥이나 먹어'라는 제목으로 옛이야기 에세이를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올리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올까?

많이 기다려주세요.


'옛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는 말은 가난은 물질의 가난이 아니라 정신의 가난을 상징합니다

옛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욕심이 없어 항상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의미니까 걱정 말고 옛이야기를 맘껏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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