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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리스 부인 Oct 28. 2022

참치 김치찌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매콤한 맛

먼지가 날리는 건설현장 모퉁이 가건물,  '함바집(현장 식당)'이라 불리는 수진의 식당이 있다. 

아이보리색 플라스틱 패널로 지어진 그곳에는 일상과 사람, 그날의 이야기 그리고 하루를 버티게 해 주는 음식이 있다.


조이와 알렉스는 외국인 노동자다. 3년 전 조이가 먼저 한국에 와서 일을 시작했고, 조이의 소개로 알렉스도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둘은 사촌지간이다. 한국에서 일한 지 꽤 되는 조이는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알렉스는 말하는 것을 대충 알아듣기는 하지만, 자기 생각을 말로 하기는 아직까지 서툰 편이다. 그래서 긴 문장으로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마다 조이의 도움을 받는다.


처음 식당에 왔을 때, 김여사가 조이에게 베트남 사람이냐고 물었다. 조이가 정색을 하며 자기는 베트남 사람이 아닌 파키스탄 사람이라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다 베트남 사람인 줄 알았다며 '그럼 파키스탄이란 나라가 베트남 옆에 같이 붙어 있는 나라인가?' 하고 궁금해하는 김여사에게 조이는 스마트폰으로 세계지도를 찾아 파키스탄의 위치를 찾아 보여주었다.

처음 현장에 온 조이는 김여사를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남사스럽다고 손사래 치던 김여사도 자주 듣더니 조이를 자식처럼 친근하게 대하곤 했다. 조이를 따라 현장에 온 알렉스도 조이를 따라 김여사를 어머니라 부르곤 했다.

농담을 좋아하는 현장 직원들이 김여사에게 나이 들어 아들이 둘이나 생겼다고 놀리기도 한다.

의외로 조이와 알렉스는 한국 음식에 잘 적응했다. 특히 매콤한 음식을 좋아했다. 김여사는 조이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곤 한다.

어느 날, 김여사는 조이가 점심 메인 메뉴인 김치찌개를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실망을 하였다. 나름 조이가 좋아할 줄 알고 기대를 했었던 것이었다. 김여사가 맨밥에 나물반찬으로 식사를 하고 나가는 조이를 붙잡고 한참 이야기를 한다.

조이가 손짓, 발짓을 곁들여  한참 설명을 한다. 설명을 들은 김여사가 힘없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온다.

"자기네들은 종교 때문에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고 하네요. 아이고, 한국 음식 중에 제일 맛있는 게 돼지고기 김치찌개인데...."

수진이 생각해보니 제육볶음이 나온 날도 조이와 알렉스는 맨밥에 나물 반찬으로 먹었던 것 같았다. 최여사 말로는 소시지 반찬이나 돈가스가 나온 날도 배식대에서 고민하다 나물이나 후식으로 나온 과일로 배를 채운다고 했다. 최여사 말로는 그 둘이 아무 거리낌 없이 집어 드는 반찬은 고등어구이 같은 생선 반찬이라고 한다.


다음 날, 수진이 김여사에게 참치 김치찌개를 만들자고 한다.

김치 냉장고 맨 밑에 있는 푹 익은 김치통을 꺼낸다. 김치 다섯 포기를 꺼내 먹기 좋은 크기로 슥슥 썰어낸다.

최여사가 껍질 벗긴 양파와 두부를 깍둑썰기한다. 수진이 국솥에 익은 김치와 양파를 넣고 들기름에 볶는다. 어느 정도 김치의 숨이 죽으며 다진 마늘을 두 숟갈 넣고 다시 볶는다.

김여사가 바가지로 옆 들통의 뜨거운 물을 솥 절반까지 붓는다. 물이 끓는 동안 김여사가 깡통 따개로 업소용으로 나온 큰 참치 통조림 두 개를 연다.

물이 끓으면 통조림 두 개에 들어 있는 참치살과 미리 썰어놓은 두부를 넣고 다시 끓인다. 수진이 국자로 김치통의 국물을 솥에 넣어 간을 맞추고 통조림에 남아 있는 참치액도 조금 부어 넣는다. 김칫국물은 찌개의 개운한 맛을 살리고 참치 통조림의 국물은 깊은 맛을 더할 것이다.

수진은 참치 김치찌개에 별도로 양념 간을 하지 않고 김치 국물로 간을 한다. 수진이 청양고추와 대파를 넣고 불을 끈다.    


김여사가 조이를 기다린다.

알렉스와 같이 들어온 조이가 식판을 들고 반찬 사이를 기웃거린다. 둘 다 흰 밥에 콩나물, 계란말이를 담는다. 둘은 매콤한 냄새가 나는 김치찌개 통을 피해 후식 코너로 간다. 식판의 빈 공간을 사과로 채워 넣는다.

김여사가 들통에서 김치찌개를 가득 담은 국그릇 두 개를 들고 테이블로 간다. 김여사가 찌개를 내려놓자 조이와 알렉스가 기겁을 하고 일어선다.

"아냐, 괜찮아 먹어봐"

김여사가 옆자리에 앉아 숟가락으로 찌개 속에 있던 참치 살코기 덩어리를 건져 밥 위에 얹어준다. 김여사가 조이에게 참치살을 가리키며 '참치, 피시'라고 말한다. 조이가 신기한 듯 숟가락을 들어 냄새를 맡는다. 알렉스가 참치 살코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고 조심스럽게 오물거린다. 알렉스가 눈을 크게 뜨고 파키스탄 말로 조이에게 큰 소리로 뭔가를 설명한다. 조이가 숟가락에 참치가 들어있는 찌개 국물을 떠서 맛을 보더니, 찌개가 담겨있는 국그릇을 들고 정신없이 먹는다. 알렉스가 국물에 밥을 만다. 김여사가 둘의 국그릇을 들고 가 찌개를 더 담아온다.


옆에서 밥을 먹던 조반장이 둘의 그릇을 보며 놀리듯이 말하다.

 "어, 찌개에 참치가 안 보여서 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다 있었네."

조반장이 많이 먹으라고 하며 둘의 어깨를 두드리고 나갔다.

"어머니  정말 맛있어요." 찌개에 밥을 말아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조이가 김여사를 보며 말했다.


식당 앞, 성진식품 차가 주문한 쌀을 가지고 왔다. 오늘 내려야 할 쌀포대는 20kg들이 스무 포다. 많아 보이지만 업소용 전기밥솥 다섯 개로 매일 밥을 지어대니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터이다. 

최여사와 김여사가 쌀포대 하나를 양쪽에서 잡고 식당 컨테이너 창고로 나른다. 현장에 있던 조이와 알렉스가 안전모를 벗어 들고 뛰어온다. 둘이 어깨에 쌀 포대 하나씩을 번쩍 들어 메고 창고로 간다. 많아 보이던 쌀포대가 금세 치워졌다. 

최여사가 둘을 붙잡아 테이블에 앉힌 사이, 김여사가 냉장고에서 식혜 두 잔을 가지고 와 건넨다. 김여사가 조이에게 고향에서는 주로 뭘 먹었냐고 묻는다. 조이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화면을 김여사에게 보여준다.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서 구운 빵 같은 음식, 진한 스튜나 카레 같은 음식들이 많다. 김여사는 최여사가 주방으로 들어가고도 한참 동안이나 조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수진이 힘없이 주방으로 들어온 김여사에게 말을 건다. 

"여사님, 왜 이리 힘이 없어요?"

김여사가 개수대에 행주를 짜며 대답한다.

"아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나 물어봤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고기로 김치찌개를 끓여주면 안 되나고 하더라고요."

"여사님 웬만하면 해주지 그래요, 무슨 찌개가 먹고 싶다는데요?"

"조이가 양고기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 하더라고요."

수진이 눈을 크게 뜨더니, 손에 든 행주를 떨어트린다.   



@ 수진의 TIP

김치의 신맛을 잡기 위해 설탕을 많이 넣으면 찌개의 맛이 너무 달달 해지는 수가 있다. 볶은 양파에서도 단맛이 나오니 설탕보다 양파를 적극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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