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겐 커피가 너무 쓰지만

인공눈물이 마른자리엔 5화

by 노리스 부인

인공눈물이 마른자리엔

정휘는 동생과 비슷한 또래인 김 사장의 아들을 보며 동생 용휘를 생각한다.

두 형제에게 세상은 참 어렵고 힘든 곳이었다. 어린 시절, 정휘의 부모님은 항상 열심히 일하시는 분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친구의 빚보증을 잘못 선 아버지는 도망간 친구의 빚을 오롯이 홀로 다 감당해야 했다. 부모님은 그 빚을 갚기 위해 자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했고, 집으로 오는 도중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 후 정휘와 용휘, 두 형제는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세상에 둘만 남은 날 정휘는 결심했다.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은 동생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절대 돈 때문에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날, 정휘는 동생을 보육원에 두고 세상 밖으로 나갔다. 그날 정휘는 용휘에게 약속했다. 형이 돈을 벌어서 꼭 데리러 오겠다고….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정휘는 그 약속을 지켰다. 전세로 얻은 작은 빌라지만 동생과 같이 살게 된 날, 정휘는 다시 용휘에게 약속했다. 다음에 이사 갈 때는 꼭 우리 둘이 평생 살 수 있는 우리 집을 사서 가겠다고, 그러니 그때까지는 형이 일 하느라 늦게 들어와도 용휘 너 스스로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갔다. 정휘는 돈을 벌기 위해 용휘가 잠이 든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왔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일어나 학교에 가는, 너무 일찍 철이 든 용휘를 보면 고마울 때도 있지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먼저 앞선 정휘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동생과 마주 앉아 같이 저녁을 먹을 생각에 마음이 들뜬 정휘다. 근처 식당에서 포장한 치킨을 들고 집으로 가던 정휘가 지수가 있는 편의점 앞 매대에 진열해 놓은 인형을 본다. 캣팅이라고 만화 캐릭터 주인공인 고양이를 사람처럼 만든 인형이다. 용휘가 늘 좋아하며 보던 그 애니메이션에 나온 캐릭터 인형이다. 잠시 망설이던 정휘가 고개를 흔들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다 큰 용휘한테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수 씨, 수고했어요. 어제도 별일 없었지?”


오전 6시 50분, 언제나처럼 점장님의 활기찬 인사가 지수의 하루 일이 끝났음을 알린다. 점장님이 콧노래를 부르며 커피를 내리는 동안, 지수가 이른 아침 손님을 맞는다.

유흥가와 아파트 단지 중간에 있는 편의점 특성상 저녁에는 유흥가에서 오는 손님이, 오전에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출근 시간에는 아침 대용으로 샌드위치나 우유를 사 가는 손님들이 많고 교통카드를 충전하러 오는 학생들의 출입도 잦은 편이다.


딸랑


자기 어깨보다 넓은 가방을 멘 초등학생이 들어온다. 지금 시간이 7시라는 것을 생각하면 중고등학생도 아닌 초등학생 손님의 출현은 의외의 사건이다.


“볼펜 있어요?”


앞머리를 앞으로 내린 남학생이 카운터로 와 묻는다. 지수가 신기한 듯 초등학생을 내려다본다.


“있긴 있는데, 초등학생이면 볼펜이 아니라 연필을 사야 하는 거 아냐?”


학생이 고개를 흔든다.


“아니에요. 연필 말고 꼭 볼펜이 있어야 해요.”


지수가 두 번째 매대를 가리킨다.


“거기 건전지 밑에 볼펜이 있어.”


잠시 뒤적거리던 학생이 볼펜 한 자루가 들어있는 비닐 포장을 들고 온다.


“얼마예요?”


지수가 스캐너로 바코드를 찍는다.


“응, 천 원이야,”


학생이 한숨을 쉰다.


“왜 이리 비싸죠? 저기 킹콩 문구점에서는 오백 원밖에 안 하는 거 같던데.”


지수가 웃으며 설명한다.


“문구류는 당연히 문구점이 더 싸지. 여긴 편의점이라 조금 더 비싸거든.”


학생이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딱 한 번만 쓸 건데, 천 원은 너무 비싼 거 같아요.”


지수가 귀여운 듯 학생을 본다.


“한 번만 쓰면 된다고? 그럼 그거 사지 말고, 누나가 볼펜 빌려줄게. 그걸로 써 볼래?”


학생의 표정이 환해진다.


“정말 그래도 돼요?”


커피를 마시던 점장님이 지수에게 웃으며 농담을 한다.


“지수 씨, 물건 하나라도 더 팔 생각을 해야지, 지금 뭐 하는 거야?”


점장님이 매대에서 딸기우유 하나를 집어 지수에게 건네주며 학생에게 갖다주라고 한다. 창가에 붙은 스탠드 테이블에 앉은 학생이 지수가 빌려준 볼펜을 들고 종이에 무엇인가 쓰고 있다. 딸기우유를 건네주러 간 지수가 뒤에서 학생이 종이에 쓴 이름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자, 잠깐, 여기 쓴 이름 장 정 휘, 네 형 이름이니?”


학생이 고개를 앞뒤로 크게 끄덕인다.


“혹시 키가 크고 눈썹은 진하고…”


지수가 정휘의 생김새를 말하자 학생의 커다란 눈이 동그래진다. 그러고 보니 큰 눈이며 눈매가 정휘를 꼭 빼다 박았다.


“네, 맞아요. 그런데 누나는 우리 형을 어떻게 알아요?”


지수가 학생이 쓰던 종이를 보고 앞에 있는 아이의 이름을 알아낸다.


“네 이름이 용휘구나. 네 형은 그러니까, 음… 그냥 누나랑 좀 아는 친구 사이야.”


지수는 말을 꺼내놓고서야 자기와 정휘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인지 생각해 본다.


“친해요?”

“응?”


용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수를 바라본다.


“우리 형하고 친하냐고요?”


용휘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은 지수가 말을 얼버무린다.


“아, 그게…, 동갑이지만, 친한 거는 좀 아니고…”


용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에이, 그런 게 어딨 어요. 친구면 다 친한 거지.”


지수는 용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대신 점장님이 준 딸기우유를 건네준다. 용휘가 딸기우유를 두 손으로 들고 벌컥벌컥 마신다. 용휘의 입가에 하얀 딸기우유 거품이 묻어있다.


“아 맛있다.”


지수가 용휘가 든 종이를 살펴보며 묻는다.


“근데 용휘 너 지금 볼펜으로 정휘 형, 사인 대신 쓰는 거야?”


지수의 질문에 용휘가 깜짝 놀란다. 딸기우유를 먹느라 자기가 쓴 것을 지수가 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근데 아무리 친형이지만 남의 사인 대신 하는 거는 나쁜 일 같은데?”


용휘가 고개를 푹 숙인다.


“어차피 말해도 형은 못 오는데…, 말해봤자 괜히 속만 상할 거 같아서요.”

“그거 뭔지 누나가 잠시 봐도 될까?”


지수가 용휘가 내민 종이를 받아 읽어본다. 학부모 참관수업 신청서다. 용휘는 신청서의 참석 표시란에 불참이라고 표시하고 정휘의 이름과 사인을 볼펜으로 적던 중이었다.


“형이 못 올 거 같아서 그러니?”


용휘가 고개를 끄덕인다.


“형이 나 때문에 돈 벌려고 매일 늦게까지 고생하는데, 여기까지 오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그래요.”


용휘는 지수에게 부모님 없이 정휘 형과 둘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보육원을 나와 같이 살게 되면서 형이랑 약속했거든요. 둘이 같이 살려면 형이 돈 많이 벌어야 하니까, 내가 혼자 씩씩하게 지내야 한다고 말이에요.”


용휘가 작은 한숨을 쉰다.


“학부모 참관수업 같은 날,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날이면 친구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거든요.”


용휘의 작은 등을 바라보던 지수가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용휘야, 우리 같이 사고 한번 쳐볼까?”


*


딸랑


그날 늦은 밤, 편의점 출입문 위에 달린 종소리가 울린다. 카운터 포스기의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지수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반갑습니다. CS 24입니다.”


바로 카운터 앞에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담배 손님이다. 편의점에 오는 손님 중에 담배만 사러 오는 손님은 매장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바로 카운터 앞으로 오기 때문이다.


“무슨 담배 드릴까요?”


지수가 고개를 들며 묻는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한동안 보지 못한 정휘였다.


“어…, 아 안녕하세요?”


정휘를 두 번째 본 날, 순간적인 반발심에 친구 하자고 말을 했지만, 다시 정휘를 만나게 되니 그때의 행동이 생각나 얼굴이 붉어지는 지수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반말했던 사람에게 다시 존대한다는 것도 자존심이 상한다.


“어서 오세요…, 아니, 어서 와”


카운터 앞에서 지수를 보던 정휘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고맙다.”


정휘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지수가 놀라 되묻는다.


“뭐, 뭐를?”

“용휘가 다 말했어. 지수 누나가 오늘 학교 참관수업 와줬다고.”


사실 지수는 오늘 용휘 학교 참관수업에 다녀왔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정휘 동생의 학교에 간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 오지랖인 건 알지만, 형의 사인을 대신 써 가려하는 용휘의 작은 등이 애처롭게 보였기 때문이다. 특별히 부담되는 일도 아니었다. 용휘가 알려준 반으로 찾아가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교실 뒤쪽에 멀거니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수의 모습을 본 용휘는 활짝 웃으며 몇 번이고 뒤를 돌아다보며 손을 흔든다. 그런 용휘를 본 지수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을 마친 담임 선생님이 지수를 찾는다.


“용휘 누나신가요? 용휘가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요. 그런데 오늘처럼 활짝 웃는 거는 처음 보네요.”


관계를 묻는 선생님께 지수는 사촌 누나라고 둘러댔다. 지수가 점장님이 들려준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 캣팅을 용휘에게 선물한다. 지수는 용휘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정휘와의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어려워 지수가 일부러 호들갑을 떤다.


“아니 용휘 그 떠벌이 같으니라고. 내가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자고 얼마나 신신당부했는데. 그걸 하루도 못 가고 형한테 일러바치냐.”


정휘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자랑하고 싶어서일 거야.”

“자랑이라고? 뭘?”

“여태까지 누구에게 관심을 받아본 적도,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었으니까, 학교 앞에서 엄마가 기다린 적도 없고, 학부모 참관수업을 해도 아무도 온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오늘 네가 온 걸 나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그랬을 거야.”


지수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나는 그냥 용휘가 귀여워서 한번 가 준 건데.”

“용휘한테는 정말 좋은 추억이 된 날일 거야. 특히 예쁜 누나가 와 줘서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


지수의 어깨가 으쓱한다.


“그래? 하긴 정휘 넌 모르겠지만, 내 외모가 좀 돋보이는 편이긴 하지.”


이제 지수와의 대화가 한결 편해진 듯 정휘가 장난 섞인 말을 한다.


“너 빼고는 다 40대 엄마들이 왔다던데? 그래서 돋보인 건 아니고?”


지수의 얼굴이 빨개지며 성난 얼굴이 된다.


“너, 이제 몇 번 봤다고 정말 아무 말이나 막 하네.”


정휘가 카운터 뒤에 걸려있는 캐릭터 인형을 바라본다. 정휘의 시선을 따라가던 지수가 그 인형을 본다.


“아, 저거? 캣팅이라고 요즘 유명한 캐릭터 인형이야. 매장에 진열용으로 들어온 거 몇 개 있었거든. 점장님한테 하나 얻어서 줬는데, 용휘가 아주 좋아하더라고.”


정휘는 집에서 나오기 전 저 인형을 안고 자는 용휘의 행복한 얼굴이 생각났다.


“나는 용휘가 저런 걸 가지고 놀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지.”


지수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용휘 아직, 저런 거 가지고 놀 나이야. 아직 형한테 어리광도 부리고 떼도 쓰고 그럴 나이라고.”

“……”


지수의 말을 듣고 보니 나이에 비해 너무 일찍 철이 든 동생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휘가 지수를 본다.


“내가 뭐 도와줄 일이 있으면…”


카운터 밖으로 나온 지수가 정휘에게 음료수 매대로 오라고 손짓한다.


“정 고마우면 음료수나 하나 사.”

“그걸로 되겠어?”


지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서 일한다고 아무거나 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니거든.”


지수가 냉장 쿨러에서 복숭아 맛 아이스티 두 캔을 꺼내 정휘에게 하나를 건넨다.


“아이스티?”


지수는 예전부터 아이스티를 좋아했다. 이미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커피 없으면 하루를 어떻게 버티나 몰라.’하며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곤 하지만, 블랙커피는 아직 지수의 입에 쓰기만 한 존재다. 아직도 쓴 블랙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자신을 볼 때마다, 아직 사회에 나가지 못한 덜 자란 어른이 된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지수가 좋아하는 음료가 바로 아이스티다. 커피만큼 쓰지는 않지만 조금 씁쓰름한 맛에 달콤함이 섞인 아이스티는 지수와 같이 아직 학생도 아닌, 아직 사회인도 아닌 지수의 처지를 대변하는 것 같아 자주 마시는 음료이다.


“정휘 너는 무슨 음료를 제일 좋아하는데?”

“음…, 난 그냥 블랙커피만 마시는데.”


하긴 정휘는 누구보다 블랙커피가 잘 어울릴 것 같은 외모다. 항상 입고 다니는 어두운 정장에, 나이에 비해 훨씬 성숙해 보이지만 차가운…, 지수는 정휘가 블랙커피 말고 다른 음료수를 마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휘가 아이스티 캔의 뚜껑을 열고 한 모금을 마신다. 씁쓸한 홍차와 달콤한 복숭아의 맛이 어우러진, 달콤 쌉싸름한 맛이다.


“이것도…, 나름 맛이 있네. 하여간 오늘 용휘 일은 정말 고맙다.”


아이스티를 다 마신 정휘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지수는 아직 제대로 된 어른이 되지 못한 자신과 나이에 비해 너무 빨리 어른이 된 것 같은 정휘가 동갑이라는 것이 참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날 이후, 정휘는 이틀에 한 번꼴로 지수의 편의점에 들르곤 했다. 주로 집에 들어가는 새벽 시간대에 와서 용휘가 아침에 먹을 빵이나 우유를 사곤 했다.


“정휘 너는 하는 일이 뭐야?”


새벽에 빈 시간을 이용해 물건을 발주하던 지수가 묻는다. 정휘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민망해진 지수가 혼잣말로 자기 질문을 얼버무린다.


“그냥 무슨 일을 하는데, 매일 이 새벽녘까지 돌아다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어.”


지수가 일하고 있는 편의점은 행복동 먹자골목의 끝이자 대형 아파트 단지가 시작되는 곳에 있다. 말이 먹자골목이지 한마디로 하면 유흥가다. 아파트 단지와 맞붙어 있는 초입에는 삼겹살이나 아귀찜 같은 일반 음식을 파는 곳이 많지만, 골목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같은 유흥업소가 주를 이루는 곳이다. 그런 특성상 자정 즈음이면 술을 마시고 집에 가는 귀갓길에 음료수나 야식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많다. 하지만 정휘는 그런 사람들 보다 더 늦은 시간, 번쩍이던 유흥가도 다 문을 닫을 시간에나 오곤 했다.


“그냥, 이것저것 해.”


자기 대답이 너무 성의 없다고 느꼈는지 정휘가 다시 덧붙인다.


“금융업이야.”


생각지도 못한 말에 놀란 지수가 눈만 깜빡인다.


“금융업이라니, 그럼 은행이나 농협 같은 뭐 그런 거야? 와, 대단한데?”


정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 건 아냐. 은행원은 아니니까,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어.”


지수가 양 손바닥을 활짝 펴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대단한데? 금융권이라니. 그러면 정휘야 나중에 나 돈 필요하면 너네 회사에서 대출 좀 해주라.”


순간 정휘의 표정이 차갑게 변한다.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우리한테 돈 빌리러 왔다는 건…, 정말 막장이란 소리니까.”

“……”


자기가 내뱉은 말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조용히 있던 정휘가 뜻밖의 말을 한다.


“대신 무슨 어려운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한 번 정도는 도와줄 테니까.”


괜한 질문을 한 건가 해서 머쓱해진 지수가 웃으며 표정을 푼다.


“그래? 말이라도 고맙다. 근데 왜 나를 도와줘?”


정휘가 잠시 머뭇거리다 지수의 얼굴을 본다.


“우리…… 친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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