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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세우면 세울수록 왜 더 엉망이 될까

다이어리에 '내일부터는'이라고 쓰는 순간

by 세이지SEIJI

또 다이어리를 펼쳤다.


"내일부터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30분 운동하고, 식단 관리 철저히 하고, 하루에 최소 2시간은 공부하자."

그렇게 적어 내려가는 순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계획은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계획을 세운 다음 날부터 오히려 전보다 더 엉망진창인 하루를 보내게 될 거라는 것을.


그리고 역시나, 다음 날 나는 평소보다 더 늦게 일어났고, 운동은커녕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 때보다 계획을 세웠을 때 더 심하게 무너진다.

우리는 왜 계획을 세우면 세울수록 그 계획에서 멀어질까?


더 나은 나를 향한 끝없는 갈망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늘 현재보다 업그레이드된 자신을 욕망하는 것 같다. 더 멋진 몸, 더 규칙적인 생활, 더 많은 지식, 더 나은 능력. 그 심리의 아주 깊은 곳까지 파고들면, 결국 남보다 우월하고 싶은 것이다. 왜 우월하고 싶은지 또 들여다보면, 결국 남에게 사랑받고 싶어서다.

그래서 더 나은 내 자신을 욕망하는 게 부질없는 짓이란 것도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 무의식을 완전히 지우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나는 항상 '자기계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싶고,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하고 싶고, 공부나 특기 개발로 내 지식과 기술을 올리고 싶다. 그래서 다이어리에 "내일부터는, 혹은 다음 주부터는 이렇게 하루를 보내야지" 하고 계획을 짜고 적어놓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적어놓으면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엉망진창인 하루를 보내게 된다.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지거나 갑자기 처리해야할 일이 생기거나. 그런 일이 늘 반복된다.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 이상(理想)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살도 마찬가지다. 빼려고 하면 할수록 결론적으로는 오히려 더 쪄버렸다.



누르면 저항이 일어난다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가보르 마테 박사'의 이야기를 최근 들으면서, 이 패턴이 왜 반복되는지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두 사람이 서로 손바닥을 마주 대고 있을 때, 한쪽에서 밀면 반대편 사람은 밀리지 않으려고 자연스럽게 반대로 힘을 준다. 누르면 저항이 일어나는 것이다.

"해야 한다"라고 하면 내면에서도 저항이 반드시 일어난다. 그래서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 쉽다는 것이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사실 "이렇게 해야 한다"와 같은 의미다. 즉, 압력이 일어나고 내 내면은 저절로 저항하게 되는 것이다.

이 연재의 1화 '또 작심삼일로 끝난 당신을 위한 철학적 위로'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인간의 의지는 생각보다 힘이 거의 없다. 사실 우리가 이룬 많은 성과나 결과가 계획이나 의지로 일어났다기보다, 우연 같은 인연이 있었다든가, 어떤 불편함이나 고통 때문에 그것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나는 너무 이상향을 정해놓고 나 스스로에게 '의무'를 지웠다. 그러니 내 자아는 거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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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나

결국 이 말은, 내 이성적 이상향과 무의식이 분리되어 따로 논다는 뜻이다.

이성은 말한다. "운동해야 해, 공부해야 해, 살 빼야 해." 하지만 무의식은 그 압력에 저항한다. "싫어, 하기 싫어, 지금은 쉬고 싶어."

이성이 더 강하게 밀수록, 무의식의 저항도 더 강해진다. 그래서 계획을 더 완벽하게 세울수록, 실천은 더 멀어진다.

마치 서로 다른 방향으로 힘을 주는 두 개의 자아가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미래의 완벽한 나를 그리며 계획을 세우고, 다른 하나는 그 계획을 거부하며 현재에 머물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늘 후자가 이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명확한 답은 없다.

다만 이제는 이 패턴을 알게 되었으니, 조금씩 다르게 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계획 대신, 그날그날 끌리는 대로 살아보는 것. 미래를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과거의 데이터를 보고 방향성을 참고하는 쪽으로 가보는 것.

"내일부터는 매일 운동해야지" 대신, "지난주에 나는 어떤 날에 자연스럽게 운동하고 싶었지? 그때는 무엇이 달랐지?"라고 물어보는 것.

"다음 주부터는 규칙적으로 살아야지" 대신, "지난달에 내가 가장 편안하고 생산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지?"라고 돌아보는 것.

압력을 가하는 대신, 관찰하는 것.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호기심을 가지는 것.

이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조차도 또 하나의 '계획'이 되어버려, 내 무의식이 저항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적어도 이제는 안다. 내가 왜 계획한 대로 살 수 없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의지가 약해서도, 게을러서도 아니라는 것을.

단지 내 안의 두 자아가 아직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어쩌면 그 둘이 서로를 이해하고 손을 잡는 날, 계획 없이도 자연스럽게 원하는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닐까.

그때까지는, 그저 내 안의 저항을 적으로 여기지 않고, 귀 기울여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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