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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Dec 28. 2020

달릴 수 있다는 것

12월 27일 : 2020년의 마지막 주

겨울에 추운 것이 당연한 미국 동부에 살고 있는지금 12월의 영하의 날씨에 몸이 움츠려 든다. 주말 토요일 이면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날인데, 추워서 오후에 온도가 올라가기만을 기다려며 눈치를 보던 토요일이 지나가고 일요일이 왔다. 아침은 보물 첫째가 만든 스콘과, 보물 둘째가 좋아하는 홈메이드 해시브라운과 따뜻한 커피를 여유롭게 마시고 난 2020년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다행히 어제보다는 조금 덜 추운듯하다.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달릴 수 있던 싱가포르의 아침이 꿈이었나 싶은 아침이다.


내가 나랑  약속. 제일 중요한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느라 애를 쓰고 나와서 달리고 왔다. 나가기 전까지는 꼬물거리다가, 일단 나와서 달리기 시작하면 어지러운 생각들은 사라져 버린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땐, 일단 몸을 움직여 본다. 그러면, 마음이 따라올 때가 있다. 추운 기온 때문에 마음까지 추워져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몸을 바쁘게 움직여 본다. 이미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걷고 있었다. 친구끼리 걷는 사람들, 가족들끼리 걷는 사람들, 혼자 걷는 사람들, 어떤 이유에서 누구와 왔던지, 추운 날씨에도 나와서 걷고 있는 사람들. 건강한 사람들 이거나 건강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이 추운 날 같이 걷고 달리는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많아서 인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천천히 달리며 생각해 본다. 추운 날은 좀 쉬지, 왜 나와서 뛰고 있는 걸까?


달리니? 의외로 간단하다.


달릴  있어서 달린다. 달리고 싶을 때 달릴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는 사람들과 비교해서 감사를 하는 게 아닌, 내가 하고 싶은걸   있는 모든 것을 내가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가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것이다.

매일 걸어 보자로 시작되었던 날들, 오늘만 걸어보자로 계속되었던 날들. 뛸 수 있을까로 시작되었던 날들, 오늘만 뛰어 보자로 계속되는 날들,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는 일을 꾸준히 해가는 중 자라온 감사하는 마음이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것을 알아가는 마음이고, 나에게 주어진 오늘은 반복적인 삶의 하루가 아닌, 나에게 주어진 정해져 있는 시간이라는 마음이다.


나는 오늘도 달리면서  간단한  같아서 놓쳐버리기 

쉬운 마음들을  잡고 달린다.


눈이 녹았다 얼었다 한 곳에 생긴 블랙 아이스가 가득하던 길 위에서 살금살금 걸었다 뛰었다 했다. 얼음이 보이는 곳을 조심해서 걸어가다가 미끄러워서 비틀하고 한번 넘어질 뻔하다가 몸에 중심을 간신히 잡고 넘어지지 않았다. 알면서 조심해서 걸어갔는데도 넘어질 뻔했다. 모르고 넘어졌다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조심하라고 말을 해준다.

넘어지면 아프니까...


그렇게 블랙아이스를 피하고 사람도 피하면서 달리다 진흙탕에 꼬질 꼬질 하던 운동화는 아주 진흙 범벅이 되었다. 그래도 좋다. 항상 꽃길만 달릴 수 없다. 더러워진 운동화는 빨면 되고, 나는 넘어지지 않고 잘 달렸고, 그곳을 달린 다른 사람들도 넘어지지 않았으니... 다 같이 사는 세상이다. 다 같이 건강하게 달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블랙아이스 항상 조심하세요... 달리는 사람이 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하는 응원이다. 달릴  있으니까 달린다. 그래서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10km recovery run ~6.22 miles ; 1:00:55

12.27.2020 ©S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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