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첫 번째 10Km : 1.2.2021
즐겁게 먹고 마신 12월을 보낸 무거운 몸과 별다른 기대 없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2021년의 첫 번째 토요일이었다. 매주 토요일은 장거리를 달리는 날이다. 2021년 52번의 달리기를 할 수 있다고 나에게 부담을 팍팍 주면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아 본다. 오늘만 달리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한 나를 알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두운 새벽 일어나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보물 2호가 따라 일어난다. 한참을 꼭 안아준다.
배가 고프다고 김밥을 만드어 달라고 하는 아들, 조금 있으면 달리러 나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멈칫하다가,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주섬 주섬 꺼내어 본다. 단무지를 썰고, 통통하게 계란 지단을 부치고, 당근을 썰어 볶아주고, 짭짤한 스팸까지 준비해 주면, 건강하지도, 안 건강하지도 않은 아주 맛있는 우리 집 김밥 이 완성된다. 모닝 김밥으로 기분이 좋은 아이들은 이제 달리러 나가봐도 된다는 사인을 준다. 달리고 와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밥 꽁다리부터 먹을 생각을 하며, 방탄 커피를 마시며 토요일 아침을 열러 달리러 나간다.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나는 오늘도 달리기를 선택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잘하기 위해서 토요일 이면 달리러 나오는 Peace Valley Park이다. 1월의 두 번째 날이어서 인지? 모두 각자의 이유와 함께? 나와서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 보통의 토요일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있는 듯하다. 공원에 나와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달리기 전 스트레칭을 하는 팔다리에 자신감이 꽉 차 있다. 나 이미 아침에 김밥 싸고 나왔다. 나 이미 많은 것을 이뤄내고 시작하는 토요일 아침이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다.
Slow and Steady
천천히 달린다.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다. 천천히 꾸준히 그렇게 한다.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움직이면서 힘이 생긴다. 따뜻한 햇살이 바닥에 얼어붙어있던 얼음에 닿아서, 가만히 얼어붙어 있던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어 어디론가 흘러 내려간다. 힘이 생긴 것이다. 일시 정지되어 버린 것 같은 코로나와 계속되는 추운 일상,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않았던 얼음을 녹이는 힘도, 움츠려 있던 몸을 움직여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는 힘은 아침에 나와 있던 햇살의 따뜻한 온기였다. 햇살이 호수에 닿아 반짝반짝 눈이 부셔 눈물이 나는 아침이었다.
달리기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들, 내가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나를 달리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아마도 내가 느끼는 행복, 내가 나를 더 나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 아침 나에게 허락되었던 달리면서 느꼈던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싶다. 혼자서도 즐겁고 행복한 달리기, 같이 달리고 싶다. 달리기를 하면서 내가 느끼는 행복을 같이 나누고 싶다. 좋은 것은 나누라고 했다. 이 좋은 것을 많이 나누고 싶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고,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If you want to run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far go toghther.
- African Proverbs
2021년 마지막 달리기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들은,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고 같이 사는 세상, 좀 더 따뜻한 세상 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