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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Apr 19. 2021

불안에서 시작되는 힘

아직은 어두운 새벽에 잠이 깼다. 내가 일어나는 시간에 저절로 일어나진 게 얼마만인가 싶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그런 날들이 계속되고 있던 날들이었다. 눈을 감고 다시 자려고 침대 위에서 자세를 고쳐 누웠다. 생각들로 가득한 머릿속,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미루기 위해서 벌려 놓은 일, 불안과 어두움에 뒤죽박죽 한 생각들이 나를 삼켜버릴까 봐. 벌떡 일어난다. 생각은 생각이다. 가끔 생각을 잘라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계속 담고만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머리가 무거우니, 몸도 무거워진다. 지금 일어나서 내려가서 책을 읽는 게 맞는 건가 라는 선택의 판단이 이루어지기 전에, 그리로 내려가서 내가 항상 앉아서 책을 읽는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읽어야지 하는 책을 읽다가, 다시 덮어 놓고. 새로운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항상 하는 일이 있다. 타이틀을 천천히 읽어본다. 그리고 글자체, 크기, 색깔 모든 것을 훌터본다. 그리고 겉 뒤표지를 본다. 작가의 사진이 있기도 하고, 추천사가 있기도 하고, 책의 가격이 쓰여있기도 한다. 그렇게 책의 표지를 천천히 음미한 후, 첫 장에 오늘의 날짜를 적는다. 시작하는 날, 들어가는 날, 처음 만나는 날, 그리고 읽어 나가기 시작한다. 


오늘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저자 앤드루 포터) The Theory of LIght and Matter by Andrew Porter를 읽기 시작했다. 첫 이야기는 [Hole]이었다.  자꾸 읽었던 부분을 상상하게 된다. 마치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를 기억해 내는 것처럼... 이 단편 소설집의 다음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졌다. 항상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추천을 받아서 읽고 있는 책 중 두 번째 책은, 랩 걸 (저자 호프 자렌) Lab Girl by Hope Jaren.이다.  첫 번째 읽기 시작할 때, 첫 페이지, 두 번째 읽기 시작할 때, 두세 페이지, 오늘 아침 세 번째 처음부터 읽기 시작해서 첫 장을 읽었다. 밑줄 그은 문장들이 그득하다.  여자 과학자 이야기 여서 일까?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와 식물들 이야기 여서 일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다.


이렇게 두 권의 책을 읽고 나니 새벽이 지나, 아침이 왔다. 때론 한 치 앞도 모를 미래에 대한 불안한 생각이 지금을 움직일 수도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아 보려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러게 지나가는 시간들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를 생성하게 해 주었고, 생각은 생각이기에 끝이 나기도 했다. 


아무것도 아닌 날은 없다. 가만히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아도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려고 또 다를 일을 만들어 가면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과  뒤죽박죽인 시간을 보낼지라도 그 무엇인가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게 없는 날 같을 수도 있지만,  다만 지금이 때가 아니어서 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한 번도 허투루 흘러간 적은 없었고, 소중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생각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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