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엄마미
2010년 주말은 베이비 샤워로 정신없었다. 기억나는 것만으로도 20번의 베이비 샤워를 다녀온 듯했다.
임신한 친구의 건강, 곧 이 세상에 태어날 아기를 위한 선물을 고르고, 행복하고, 감사하고 좋은 시간이었는데 돌아올 때면 뭔가 속이 텅 빈 것 같았다. 아마도, 부러워서 그랬던 거 같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는데...
나 시작도 하기 전에 진 거야?라는 생각에 분하기까지 하다. 쿨하지 못한 내가 못나 보여 더 짜증 나는 시간들.
"아기는 언제 낳아야 하나요?"
여자 나이 만 30살, 엄마 나이 30살 전에는 첫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정작 나는 엄마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 것도 모른 체 그냥 임신을 하고 싶었고, 베이비 샤워를 하고 싶었고, 남들이 다하는 거 다 하고 싶었다.
20살, 남들보다 빨랐던 결혼. 결혼이 무엇인지,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이미 결혼을 해버려서 인지 결혼에 대한 부담스러운 시기는 없었다. 그런데 올 것이 왔다. 결혼 한지 10년이나 됐는데, 왜 아기가 없냐고?라는 질문에 당황 하기 시작했다. 근데 그게 왜 궁금하지?
엄마가 언제 되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애매모호하게 그냥 30살 전에 낳는 게 건강에 좋을 거라는 그런 말만 무수히 들으면서 나는 내가 마치 숙제를 미루는 아이 같은 느낌에, 불안하고, 초조하고, 답답하고. 그냥 그랬다.
"아기는 언제 가질 거예요? "
"결혼 하지 10년이나 됐는데 왜 아기가 없어요? "
좋은 뜻에서, 아니 별 뜻 없이 한 질문 이어도,
나는 그 질문들이 너무 불편했다.
그런데 앞에서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다가, 집에 와서 혼자 울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내가 중요한 무엇을 놓치고 사는 것 같았다. 내가 풀 수 없던 어려운 질문들,
아이가 있으면 더 행복할까?
아이가 없으면 덜 행복할까?
"FEAR OF MISSING OUT - FOMO"
남들이 다 하는 것들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초조하고 불안했다
지금 이렇게 지나고 보니,
나는 왜 그렇게 초조하고 불안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있지 않는다는 초초함,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불안함.
나의 20대 후반은 그렇게 초조하고, 불안했던 것 같다.
" 그럴 필요 없었는데.."
오래된 커플. 오래된 부부. 누가 정해놓은 시간 인지. 오늘을 살아가는데, 우리 삶을 살아가는데 유효 기간을 정해 놓을 필요가 있을까? 나는 남들이 정해놓은 그 시간에 왜 그렇게 민감했을까? 생각해본다. " 그럴 필요 없었는데.."
결혼한 친구들 그리고 후배님들이 묻는다.
“아기는 언제 낳아야 하나요?"
웃으면서 말한다. "남편이랑 먼저 상의하세요.” 아기를 낳을 완벽한 타이밍은 없으니, 낳고 싶을 때 낳으라고 말해준다. 커리어를 놓칠까 봐 걱정하는 후배님들, “아기도 원하고 일도 하고 싶어요” 하는 아기를 원하는 커리어 우먼 후배님이라면, 아기 낳고도 계속 일하면 된다고 말해준다. 언제나 길은 있다. “아기가 없으면 덜 행복한가요?” 아기를 원하지 않는 커리어 우먼 후배님이라면, 아기가 없어도 된다고 말해준다. 아기가 없다고 해서 덜 행복할까?
남들에 의해 떠밀려서 하는 선택은 누구도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믿는다. 부모가 되는 일은 희생을 하겠다고 자처하는 일이다.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하겠다는 것을 각오하는 일이다. 내가 힘들어도 네가 덜 힘들게 해 주겠다는 선택을 하는 일이다. 그 중요한 선택은 각자 추구하는 밸런스 있는 삶과 커리어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기에 나는 함부로 내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
나는 결혼을 한 커플에게 "아기는 언제 낳아요?"라는 다소 불편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모든 커플 그리고 모든 부부 사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에... 그리고 제발 부탁한다.
그 불편하고 애매한 질문을 하지 말아 주기를
그냥, 그렇게 배려해 주기를...
만약 지금 이 질문을 자주 받는다면, 이렇게 말해보기를... “저희 매일 밤낮 아주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
그러면 오랜만에 만나서 그냥 했던 근황 질문에
당분간은 대답하지 않아도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