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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Oct 23. 2020

나만의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

첫 하프 마라톤 :  후반부 트레이닝 : 2019년 미국의 10월  

Week 8. Day 83 in the US  - 2019 년 10월 5일

10 마일 - 16 키로 - 1시간 19분  

추워, 피곤해, 늦게 일어났어, 애들도 아프고, 이어 파드도 안 보이고, 배도 아프고, 머리도 띵하고,

차를 타고 달리러 가기까지 드는 오만가지 잡생각들.

추웠지만, 피곤했지만, 달리기 싫었지만, 일단 달리기를 시작하니, 신기하게 내 눈앞에  보이는 응원의 사인들,

오늘 이 공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달리기 행사 때문이라지만, 내가 기대하지 않았을 때 나를 응원해 주던 나에게 꼭 필요했던 말들에 감사하며 달리는 아침이다.  

2019년 10월의 높아진 하늘   ©SEINA
낙엽으로 덮여 버린 길  ©SEINA


Week 9. Day 90 in the US  - 2019년 10월 12일

12마일 - 19킬로 - 1시간 54분

내 인생에서 제일 길게 뛰어본 거리.

이게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아침에 같은 시간대에 달리는 러닝 크루가 있다. 같이 뛰자고 한다. 그래서 같이 뛰었다.

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혼자 뛰면 빨리 뛸 수 있지만, 같이 뛰면 길게 오래 뛸 수 있다.

 

2019년 10월 ©SEINA


러닝 크루 ©SEINA


Week 10. Day 97 in the US - 2019년 10월 19일

아침에 안개가 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거 같다. 때론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아마도 그런 날들을 대비하기 위해  그렇게 준비했던 시간들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처음 가는 길이 없다면, 더 조심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10번이나 달려봤던 길이라고, 안개가 두렵지 않다. 잠시 후면 걷힐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일까? 보이지 않아도 믿는 거, 그게 믿음인가 보다.

12.12 마일 1시간 54분  처음 호수를  2바퀴 돌아본 거리이다. 한 바퀴를 돌 때도 감동이었는데, 두 바퀴나 돌 수 있다니, 매주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좋아하던 길 색깔이 더 이상 그린이 아니다. 나무도 떨어져 있는 낙엽들도 가을색으로 다 변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2019년 10월 ©SEINA
2019년 9월 ©SEINA


Week 11. Day 104 in the US - 2019년 10월 26일

너무 궁금했다. 나 하프 마라톤이라는 거리를 뛸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뛰어 봤다.

한 바퀴를 달리고, 두 바퀴를 달리고, 하프마라톤 거리를 달리고 왔다. 첫 번째 다리 위를 지나가는데

아침에 모여 있는 새들을 찍으려고, 아주 평범하지 않게 큰 카메라들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이 다리 위에 가득하다. 두 번째 바퀴를 달려서 다시 돌아왔는데, 조금 전 그 풍경은 없고 또 다른 모습이다. 아침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13.11 마일 2 시간 4분. 2시간 안에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드디어 다음 주가 레이스이다.

높고 맑은 10월 하늘 첫 번째  ©SEINA


두 번째로 지나가는데 또 다른 모습  ©SEINA


2019년 10월의 하늘을 아름답다. 사진들이 신기하리 만큼 2020년 10월의 가을 사진과 비슷하다.

올해 가을 사진이라고 해도 믿어 의심 가지 않을 사진들. 매주 같은 곳을 지나가면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매주 사진이 다르다. 그렇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그곳도 매주 그렇게 변한 모습을 보여 준다.

1년 사이에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 버렸다. 마스크를 쓰고 달리고 있으며, 공원엔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다.

나는 하프 마라톤이 아닌 마라톤 트레이닝을 하고 있으며, 내가 12주 동안 트레이너를 해서 달릴 수 있었던 거리를  10마일, 12마일, 하프 마라톤 거리는 연습이라며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이 중심이 되어 기록하지 않고 있다. 천천히 라도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가 있느냐가 중요하게 변해 버렸다.

하프 마라톤 내 인생에서 내가 뛸 가장 멀고 긴 거리라고 생각했었다. 달려 보고 나니, 목표가 바뀌고 나니, 하프마라톤은 말 그래도 하프였다. 덜도 더도 말고 딱 반. 마라톤의 반 인 것이다. 용기를 내서 마라톤을 도전하기를 잘한 것 같다. 반은 마저 채워 넣어야겠다. 이번 가을도 나에게 물어본다, 나 달리수 있을까?

대답은 같다. 달려봐야 알지...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어?

같은 거 같은 같지 않은 나의 가을, 다른 거 같은데 다르지 않은 나의 호기심.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나만의 시간 여행을 해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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