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의 짧은 글 모음
공유 오피스형 인간관계란?
공유 오피스 멤버들과
오피스 근처 아닌,
완전 다른 동네에 가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삶을 이야기하는 건
한 2년 공유 오피스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생각보다 흔히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본다.
공유 오피스의 인간관계는
특이한 면이 있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같은 회사에 다니는 것은 아니기에
친밀하지만 그리 친밀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또 완전히 친밀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스테레오 타입의 '친밀'과
다른 종류의 의미로
정의 내려져야 할 '친밀'이다.
가끔 나는 이 공유 오피스에서의 생활이
지금의 사회를 대변하는
'어떤 맥락의 인간관계'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친하죠. 근데 안 친해요."
이 모순이 진심인 관계!
사람들은 애써 쿨 한 척, 괜찮은 척,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친절함이 고프고,
따뜻한 말 한마디 듣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마음이 편안하고 싶다.
그렇지 않나?
반대로
친절한 말을 건네고,
따뜻한 말을 전하고,
위로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것에는
인색하고, 어색하다.
어쩌면 애써 그러지 않는 것일수도...
공유 오피스에서는
딱 이 중간을 경험할 수 있다.
위로하지만, 위로하지 않는 관계.
친절하지만, 친절하지 않은 관계랄까?
그래서
그간 꽤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했던 멤버가 떠나도
다음 날이면 그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새로운 멤버와
그와 같은 관계를 쌓아 갈 수 있다.
큰 감정의 기복 없이...
한편으로는
나이, 학교, 직장, 고향 등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요소가
촘촘한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친하면서 안 친한 사이가 된다는 건
어쩌면 대단한 노력과 열린 마음을 동반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관계가 힘들다고 느끼면?
분명 공유 오피스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생각을 하다 보니
세상에서 떠드는 이른바 '공유' 라는 개념이
기존 사회에 잘 파고들기 위해서는
좀 더 확장되고,
열린 사고를 요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일 년 이상 얼굴을 마주 해 온,
소수 정예 멤버들과 함께
다른 동네 맛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은 그 밤이
참 새로웠다.
우리가 앞으로 공유 오피스를 떠나
뿔뿔이 흩어져도
연락하며 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삼겹살은 맛났고,
함께 한 밤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