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대설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의 눈이 44cm 이상이 내렸다고 한다. 새벽 5시에 출근하려고 눈을 떴다.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였다. 그래도 직장은 출근해야 하니 집을 나섰다. 도로가 꽁꽁 얼고 제설작업이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차에 올라타기 전에 차에 40cm 이상이 쌓인 눈을 치웠다. 시동을 켜고 운전을 하려고 하니 차바퀴가 빙빙 돌기만 했다. 눈이 쌓여서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20분간 앞으로 나가려고 노력하였지만 움직이지 않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 비상사태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통학버스 운행동 불가하다. ' 학교 총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너무 새벽이었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통학버스 업무 담당자에게 어제 저녁에 새벽에 비상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대기하자고 해놓은 상태이다. 전화를 걸어서 통학버스 기사님과 연락을 취해보라고 했다. 통학버스 기사님들도 44cm 쌓인 눈으로 도로가 제설작업이 되지 않으니 운행이 불가하다고 하신다. 마음이 급하다. 학생들 등교시키려고 통학버스 기다리는 학부모님들, 출근 준비하는 선생님들에게 미리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안내를 해야한다.
6시 넘어서 상사와 연락이 되었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금일 휴업으로 결정하고 안내문이 6시 30분에 나갔다. 그 이후부터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학교에 시설, 통학로 등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청년기, 이팔청춘에 ’첫눈‘ 하면 설렘으로 다가오는 단어였다.
봉숭아 물이 첫눈 올 때까지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
첫눈 올 때 펜팔이나 온라인에서 만났던 남자를 만날 생각에 설레어 잠을 못 자던 시절,
이제는 중년이 된 나에게는 ' 눈 오면 운전은 ‘, '눈 오면 직장 동료 혹은 학생들 출근은‘
문장의 뒷말이 걱정과 근심으로 점철된다.
나이 들면 몸이 쇠하고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서러운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호기심으로 가득 찼던 설레는 마음이 없어져가는 것이 서럽다.
이른 아침 세상이 하애져서 ’눈 왔다!‘ 외치며 밖에 나가고 싶어 내복에 겉옷만 입고 뛰어나가던
시절
쌓인 눈을 사뿐사뿐 걸으면서 추운 줄도 모르고 친구와 수다 떨며 걷던 눈길
눈을 뭉쳐서 눈을 동그랗게 말아 친구들과 눈 싸움하던 동무들과의 시간
새하얗게 쌓인 눈을 뒹글려서 눈사람도 만들고 각자의 집에 가서 옷가지며 밀짚모자며
엄마의 립스틱 까지 훔쳐와 눈사람을 꾸미던 시절
눈이 오면 어김없이 창고에서 아버지가 만들어주시던 눈썰매를 가지고 논두렁으로 달려가던 시간
비료포대 챙겨서 친구들과 뒷동산으로 올라가 한 사람씩 싱싱 거리며 눈썰매 타던 시절
눈 오면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빨갛게 얼어 붇는 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시절
눈 오는 날에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어머니가 우리들을 부르셨다.
“ 헤벨아! 어서 온나. 어묵국 먹고 놀아라!”라는 말에 볼이 빨갛게 된 소꿉 친구들과 따뜻한 국물의 어묵을 호호 불어가며 먹었던 시절
그립다. 몹시도 그립다.
대설 첫눈 온 날 저녁 산책길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첫눈 온 날의 나를 위로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