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색은 무엇일까.
아이가 외할머니 생신 선물 카드를 만들고 있었다. 예쁜 케이크 그림이었다. 아이는 무슨 색으로 칠할까 고민하다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할머니는 무슨 색 좋아해?"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친정엄마가 좋아하는 색은 무슨 색이었지? 엄마 옷장을 떠올려봐도 어떤 색을 선호하시는지...엄마 옷장에는 대부분 회색, 그리고 또 회색, 검정... 혹은 남색.
엄마한테 붉은색 계열 옷도 잘 어울리셨던 것 같은데, 잘 어울리는 색이 좋아하는 색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무슨 색 좋아했던가?
어렸을 때는 서슴없이 "노란색이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다 핑크색을 좋아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민트색, 초록색을 좋아하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 민트색, 초록색이라고 해서 내 옷장이 그 색으로 채워져 있는 건 아니다. 나이 먹을수록 점점 검은색, 회색, 흰색, 황토색...
내가 어렸을 때 크레파스에서 잘 닳지도 않던 색들이다.
인도네시아에 살 때는 빨간색 원피스, 노란색 원피스, 무늬가 있는 옷도 잘 입었는데, 한국에 와서 그 옷을 입으려니 이상하게 서울이라는 이 도시에 잘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나만 너무 튀어 보이는 것 같았다.
아이가 물어본 '좋아하는 색' 질문에 여러 생각이 오갔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 분명 있는데, 얼마나 그 색을 즐기며 살았던가. 나이가 먹을 수록 점점 더 나는 군중 속에서 눈에 띄고 싶기보다는 뭍히고 싶은 마음이 크다.
좋아하는 색은, 그저 마음에 품고만 사는 색일까. 이러다가 할머니되서 꽃무늬에 총천연색을 온몸에 걸치고 다니는건 아닐지..젊을때 못해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