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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세경 Oct 11. 2020

1-3 추천서(Reference Letter)

좋은 추천서를 받기 위한 장·단기적 요건들

1. 미국 대학원 입시에서 추천서의 중요성
2. 좋은 추천서를 받기 위한 장기적 준비사항
3. 추천서 작성을 부탁할 때 명심할 것


지금까지 우리는 연구계획서와 성적증명서에 대해 알아보았다. 독자들도 느꼈겠지만, 앞선 두 글은 해당 서류들을 어떻게 준비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실용적인 가이드를 넘어서 "과연 어떤 학생이 좋은 예비-학자이며 결국 좋은 대학원에 합격하게 되는가"에 대한 전반적인 서술이었다. 하지만 이번 글은 다르다. 이미 원론적인 이야기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므로 독자들이 좋은 추천서를 받는 데에 필요한 내용들만 설명하겠다.


만약 당신이 미국 대학원 입시 전반을 이해하고 싶다면 앞선 두 글을 먼저 읽고 돌아오기를 권한다. 좋은 예비-학자가 되는 것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그저 좋은 추천서를 받기 위한 노하우를 얻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https://brunch.co.kr/@sekyungock/5

https://brunch.co.kr/@sekyungock/6




1) 미국 대학원 입시에서 추천서의 중요성

미국 대학원 입시에서 추천서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경우에 따라 연구계획서 다음으로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비록 지원자에 대한 정량적 평가 자료는 아니지만, 추천인은 자신의 평판을 걸고 지원자를 추천하는 것이고 커미티는 이를 적극적으로 참고한다. 공인 점수나 제출서류만으로는 충분히 드러낼 수 없는, 해당 지원자를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자질이나 성격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겠는가? 학계에서 좋은 평판을 갖고 있는 학자의 추천서는 대학원 입시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한편, 바로 그런 이유로 좋은 추천서를 받는 것이 어렵기도 하다. 본인이 생각할 때 자질이 부족한 학생이 추천서를 요구한다면, 교수 입장에서는 해당 학생에게 마음이 쓰이더라도 본인의 평판을 걸고 그 학생을 과대 포장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과 관계없는 분야나 지역/국가의 대학원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마음으로 추천서를 써주더라도,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학계와 연관성이 높은 프로그램에는 추천서 작성 자체를 조심스러워하거나 써주더라도 굉장히 냉정하게 써주는 교수들이 많다. 평소 친하다고 생각했던 교수가 추천서 작성을 거부하거나, "이 학생은 착한 사람이니 뽑고 싶으면 뽑으십시오. (하지만 나는 이 친구가 뛰어나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뽑아놓고 실망한 뒤, 내가 교수로서 학생들 자질도 똑바로 평가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를 암시하는 약한 추천서를 써주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결국 큰 효과를 발휘하는 만큼, 추천서는 정확하게 쓰인다.




2) 좋은 추천서를 받기 위한 장기적 준비사항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나는 교수님들이랑 잘 아는 사이가 아닌데, 추천서는 꼭 교수님들에게 받아야 하는 건가? 나랑 더 가까운 사이인 학과 조교 혹은 직장 상사의 추천서나 (연줄이 닿는다면) 정치인 등 사회적 인사의 추천서가 더 위력적이지 않을까?"


우선 당신이 일반적인 석사/박사 과정에 지원한다면 가급적 교수 추천서를 받는 것이 좋다. 그런 학위 과정은 본질적으로 연구를 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당신의 학업적 역량을 증명해줄 수 있는 학자의 추천서가 가장 유효하기 때문이다. 커미티의 입장에서, 당신의 학업능력을 평가하는 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바로 당신을 직접 가르쳐본 교수이며, 앞서 설명했듯 추천인이 학계에서 갖는 입지와 평판은 당신의 당락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것은 "꽂아주기 효과"가 아니다, 학계에서 신뢰받는 학자가 당신을 높거나 낮게 평가했다는 사실의 영향일 뿐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박사 과정의 경우 3개 석사 과정의 경우 2개의 추천서를 요구하는데, 대략 4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추천서를 부탁할 수 있는 교수가 2~3명도 없다는 것은 지원자의 학업적 역량이나 열정의 부족에 대한 반증일 수 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지만, MBA처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직장 상사 등의 추천서가 위력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부분은 해당 분야의 입시 생리를 잘 아는 사람에게 문의하자.) 다만 대학을 졸업한 지 5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 교수 추천서를 받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교수 외의 사람에게 추천서를 받아도 커미티가 부정적인 판단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때는 단순히 가까운 사람이 아닌 자신의 지적 역량을 잘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세심히 선별해서 추천서를 받도록 하자.


아무튼 당신이 아직 학생이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좋은 추천서를 받고자 한다면 당신이 학위 과정 중에 있는 동안 소 세 분의 교수의 "가까운 제자"가 되려고 노력해라. 당신이 어떤 성향의 학생이며 어떤 지적 관심사를 갖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교수가 세 분은 되도록 신경 쓰라는 뜻이. 이건 교수들에게 아첨을 떨거나 추천서를 받기 위해 가식적으로 존경을 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이 역량 있고 활발한 학생이 된다면 <적절한 수강 신청 - 열정적인 수업 참여 - 강의실 밖에서의 대화>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일일 뿐이다.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당신이 열정적으로 학문적 관심사들을 찾아가고 있고 A를 퍼주는 수업이 아닌 자신의 관심사에 제대로 부합하는 수업을 찾아서 수강한다면, 당신과 연구 주제가 겹치는 몇몇 교수들의 수업을 다수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당신은 평균적인 학생들보다 그 수업에 열정적으로 임할 것이고, 수업 내용과 관련하여 많은 질문들이 있어 해당 교수들과 강의실 에서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당신이 예비-학자로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당신의 스승들은 항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고, 당신이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된다면 연구계획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줄 것이다. 바로 그런 스승들이 당신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 추천인이 당신의 지적 성향과 역량을 잘 파악하고 있을수록, 당신의 연구 분야와 관련성이 높을수록, 또 당신의 예비 지도교수와 학계에서의 관계성이 높을수록 추천서의 위력은 강해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3) 추천서 작성을 부탁할 때 명심할 것

물론 본인과 깊은 관계에 있으면서, 연구핏도 완벽히 맞고, 학계에서 입지를 잘 다지고 있는 교수 세 분을 추천인으로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당신이 시간이 충분하다면 위에서 설명한 대로 천천히 노력하면 되고, 당신이 당장 대학원 입시를 목전에 둔 상태라면 현재 상황에서 최대한 적절한 추천인을 확보하면 된다. 나의 경우에도 위의 조건에 모두 해당되는 상태에서 강력한 추천서를 써주신 교수님은 한 분뿐이었고, 나머지 두 분은 아마도 내가 수업에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참여하는 학생이었으며 내가 제출한 몇 개의 리포트가 인상적이었다는 정도의 추천서를 써주셨을 것이다(물론 그런 내용도 긍정적이고 좋은 추천임은 분명하다). 아무튼 당신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추천인을 확보할 것이니, 이제부터는 당장 추천서 작성을 부탁할 때 명심해야 할 부분들을 살펴보자.


우선 첫 번째로, 추천서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부탁하는 것이 당연한 예의다. 아직 결심한 단계는 아니지만 대학원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태라면, 가까운 교수들에게 혹시 추후에 대학원에 지원하게 되면 추천서를 부탁해도 되겠냐는 질문을 미리미리 해두자. 대답을 미리 들어서 나쁠 것 없는 데다가, 대학원 진학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해당 학기 중이나 말에 추천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늦어도 학기 초에는 부탁을 해야 한다. 교수들은 학기 중에 매우 바쁘고, 추천서를 써주는 은 그들 입장에서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두 번째로, 당신의 대학원 계획과 연구 분야 등에 관련된 정보를 추천인에게 꾸준하고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추천서를 써주겠다는 대답을 들었다면, 연구계획서, 이력서, 성적표 등의 서류들과 "지원하는 학교와 예비 지도교수의 리스트" 등이 필요한 지를 물어보고, 필요하다면 정리하여 추천인에게 전달하도록 하자. 추천인이 당신의 과거 이력 중 내세울 만한 것이 무엇이며 당신이 교실 밖에서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면 추천서 작성이 훨씬 편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당신이 지원하는 학교의 수, 각 학교별 추천서 접수 마감일, 혹시 예비 지도교수 중 추천인 본인이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있는지 등의 정보 역시 추천인 입장에서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정보이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교수님들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나의 멘토 교수님께서는 내가 컨텍할 예비 지도교수들의 리스트를 보고는 "L교수와 R교수는 나와 지면에서 비평을 주고받는 사이야, 사전 컨텍할 때 내가 너 추천했다고 꼭 언급해. S교수, P교수, K교수는 학회에서 종종 만나는 사이인데, 우선 내 이름을 언급해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을 거야."라는 식의 조언을 주셨다.


세 번째로, 당신과 연구 분야가 겹치는 추천인이 있다면, 혹시 지원할 만한 다른 프로그램이나 당신과 연구 핏이 맞을 것 같은 추가적인 예비 지도교수를 아는 지를 물어보자. 당신이 모든 것을 다 준비하고 추천인은 그저 추천서만 쓰도록 부탁하는 것도 좋지만, 준비 과정에서 적절한 조언을 듣는 것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 특히 당신이 예비 지도교수를 몰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교수의 조언이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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