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국 팔도 지역마다 사람들의 특색이 있다. 서울 사람들은 밝고 경쾌하며 충청도 사람은 특유의 여유가 있고 말투에서도 그것이 드러난다. 강원도, 전라도, 제주도 모두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경상도는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로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 나는 경상도에서 태어나 20년 가까이를 살다 서울로 왔다. 하지만 나는 아내와 있을 때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었다.
아내를 보살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언젠가 세상을 떠난다면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지금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내가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고맙다’,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생각날 때마다 아내에게 해주었고 감싸 안으며 내 마음을 표현했다. 아내가 아프고 힘들 때마다 내가 항상 옆에서 함께 걷고 있음을 기억했으면 했다. 항암치료로 고통스러운데 혼자라고 스스로 느끼면 얼마나 더 힘들까.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아침 뉴스에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여객선 침몰로 많은 사람이 사망한 사건, 아침 출근길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 화재 사망 사건 등 비록 우리에게는 단 1분 채 되지 않는 짧은 뉴스거리일지 모르지만 그의 가족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일 것이다. 만약 가족이 그렇게 세상을 떠난다면 그 남은 가족은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야할 큰 사건이다. 이런 일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닥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는 오늘의 태양아래 하루를 살지만 내일 뜨는 태양을 느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저 지금까지 괜찮았으니 내일도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오늘 내 옆에 있던 사람이니 내일도 나와 함께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사람은 위기를 맞았을 때 현실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잃어버린 후에 소중함을 깨닫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만약 사랑하는 이에게 갑작스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다. 그리고 마음을 모두 표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당신이 표현할 때까지 그 사람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은 먼 여행을 떠난 아내에게 내 마음을 전달할 길이 없다. 아내를 안고 내 마음을 표현할 때마다 이런 말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닥치면 깨닫고 현명한 사람은 미리 깨닫고 대비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안아줘라. 손을 잡아주고 한 번 더 웃어주고 나의 진심을 표현해라. ‘내가 어느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서’, ‘나는 그런 표현을 해보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 만큼 훗날 그가 떠난 후 가슴은 무거워질 것이다. 지금 표현해라. 그게 내 삶을 가볍게 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