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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혁 Nov 11. 2019

투병중인 가족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

어린 자녀 둘과 아픈 아내를 보살피며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기 힘들었기에 주위 친척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움을 청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말이었다.     


아내가 몸을 가누기도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 말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 통증이 점점 심해져 고통받는 아내를 바라볼 때 나는 그저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어서 고맙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언젠간 끝이 있음을 알기에, 그때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날이 분명히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살아 있고 비록 나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살아 있는 자체에 감사함을 느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주위에선 아내를 살리기 위한 나의 발버둥, 나의 몸부림을 바라보며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어차피 죽을 사람인데 너는 살아야지’라는. 그 사람은 지금 아내가 숨만 쉬고 있는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를 것이다. 아내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사람들로부터 어차피 죽을 사람을 위해 그렇게까지 애쓰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그 말은 나를 위한 말임을 안다. 혼자서 너무 큰 고통을 감당하고 있으니 그것보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나를 위한 말인 것이다. 정작 나와 친하지 않은 사람,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          


하루를 희망으로 살아가고픈 우리에게 큰 고통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조금씩 생명의 불이 꺼져가는 아내를 바라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지나가면 스치듯 말하는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는 그 말이 그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 나에게 가장 많은 힘을 빼앗아 갔다.           


만약 주위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절대 그런 말은 하지 마라.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입을 다물어라. 차라리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 세치 혀로 상대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수도 있고 좌절하게 할 수도 있지만, 때론 그냥 침묵을 지키며 함께 울어주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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