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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혁 Nov 11. 2019

상처가 흉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

상실의 상처가 흉터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심리학 서적에서 읽은 적이 있다. 보통 상실의 상처는 6개월 내에 잊혀 진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상실이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사별과 같은 큰일은 2~3년이 걸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조금씩 조절된다고 한다.     

맞는 말인 듯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를 듣고 있자면 불효자는 왜 울까? 불효자는 부모 살아생전에 잘해드리지 못한 죄송함으로 돌아가신 후에 후회하며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옆에 살아 계실 때는 청개구리처럼 부모님 속을 썩이다 곁을 떠난 후 옷자락을 잡는 모습이다. 영혼이 있을지 없을지는 믿음의 영역이지만 불교에서는 산 사람이 죽은 자를 잊지 못하고 매일 슬퍼하면 죽은 사람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주위를 맴돈다는 말이 있다. 결국 불효자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도 돌아가신 후에도 부모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한 사례로 얼마 전 어머님을 극진히 모신 효자 아들의 한 사례를 접했다. 어머니가 오랜 투병생활 끝에 세상을 떠나자 아들은 큰 슬픔에 빠졌다. 그의 아내는 어머니를 여읜 남편이 매일 어머님을 찾아가 슬퍼할 것이라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아들은 어머님의 장례식이 끝난 후 특별한 날이 아니면 빈소를 찾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가 물었다. “당신 왜 어머님께 자주 안 가?” 남편의 대답은 의외였다. “나 어머니 살아가 계실 때 할 만큼 했잖아. 어머니도 좋은 곳으로 떠나셨는데 보내드려야지. 그리고 거기 어머니만 계신 거 아닌데 난 거기가면 좀 무서워”라고.        


그렇다. 상처가 흉터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살아 있을 때 내가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살아있는 동안 미련 없이 행동했다면 그 시간은 짧아지고, 미련이 남았다면 남은 만큼 길어진다. 아내와 사별에 대한 상처도 살아있을 때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진다. 배우자가 떠났다고 모두 같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많이 사랑했다고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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