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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혁 Nov 11. 2019

힘들 땐 흐름에 몸을 맡기세요

양쪽 바위를 손으로 밀어잡고 급류에 저항하면 강렬히 저장하는 만큼 몸은 망가진다. 온몸이 긴장되고, 제대로 숨쉬기도 힘들어 진다. 휩쓸리면 죽을 수도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현재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으로 버티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휩쓸리면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버틴다고 버텨지는 것도 아니며 버텨냈다고 해서 잘 한 것도 아니다.        

   

아내가 떠나고 힘든 순간이 많았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아내가 떠난 후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의 방학이 다가왔다. 날짜가 당겨질수록 긴장과 걱정이 커져만 갔다.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하는데 아이가 방학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회사출근이 힘들어 지기 때문이었다. 둘째 아이의 여름방학도 열흘 정도 있어 이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아이들을 집에 홀로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보다 주위 부모님이나 친지분들이 이런 걱정을 먼저 하시는 것 같았다.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처음 겪는 방학시즌에 도움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아 고민하는 만큼 머리만 아팠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이 고민이 쓸데없다는 생각이란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스케줄을 짤 수 있을지 정확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막연히 고민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리석은 짓이었다. 시간이 흘러 방과후교실 일정, 학원, 회사의 휴가 등 구체적인 상황이 그려지자 어렵지 않게 아이들을 돌보며 휴가도 다녀오고 걱정했던 시기를 잘 넘겼다.          


죽으란 법은 없다. 기껏 휩쓸려봤자 물이다. 고민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문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시간낭비일 뿐이다. 세찬 급류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끌려가는 것보다 기왕이면 흐름을 파악해 힘을 빼고 몸을 맡기면 된다.     


가만히 앉아 있던 의자가 수십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떨어질 것을 미리 안다면 그리고 떨어져봤자 크게 다칠 일 없다는 걸 미리 안다면 큰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자유로드롭 놀이기구처럼. 우리 삶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휩쓸려봤자 물인 것을 너무 힘주고 버티지 말자. 나만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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