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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임종, 마지막 순간을 남편에게 선물하다

by 장준혁

요즘에도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그 순간을 떠올리면 눈물이 고인다.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다른 생각을 하거나 고인 눈물을 지우기 위에 하늘을 향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의 어느 토요일이었다.

아이들이 주말동안 처가댁에서 놀기로 해 차를 타고 처가댁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처가댁에 도착했다.


처가댁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안으로 들어서니, 장모님께서 조용히 할 얘기가 있다며 밖으로 나가자고 하셨다.

장모님께서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아내가 어제부터 위독하다며 요양병원으로 급히 가보라는 말씀이셨다.

이별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머리는 하예졌고 나는 무작정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만난 아내는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어제부터 이렇게 이런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장모님께서 옆에 계셨지만 나아지는 기색이 없다고 하셨다. 내가 병원에 도착해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내의 숨은 한결 잦아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놀라시며

"아내 분이 남편을 기다리셨나 봐요." 라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평온해진 아내의 숨은 오래가지 못했다.

1시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아내는 스스로 숨을 쉬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산소호흡기도 큰 의미가 없었으면 잠시 후 선생님께서 "임종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손을 잡는 것도, 아내를 안아보는 것도 이젠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아려왔다.

내 가슴속에 아내는 늘 함께 하고 있지만, 옆에 있는 아내는 나를 떠나고 있었다.


"여보, 고마웠고 행복했어..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지내..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자.."

"애들은 내가 잘 키울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여보도 하늘에서 애들 지켜줘"

"사랑해 여보.. 안녕.. "


가슴이 아프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냥 가슴 한 가운데가 너무 아파왔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아내가 나에게 임종을 선물하기 위해, 긴 시간동안 고통을 이겨내며 나를 기다렸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아내가 떠나는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다면 평생 가슴 아픈 삶을 살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아내는 2019년 4월의 벚꽃이 완연한 봄날에 먼 여행을 떠났다.






사실 임종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순간을 대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약 내가 아내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면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평생 안고 살았을 것 같다.

임종을 지킨 것이 오히려 행운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고마워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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