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꽃가루의 나날들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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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차 문을 열기위해 손잡이에 손을 갖다대려는 순간, 흠칫 놀란다. 마치 밤 새 튀김가루 그득한 쟁반에서 서너번 구른 것 처럼 차에는 온통 노르스름한 가루가 소복히 쌓여 있기 때문이다. 심한 날은 와이퍼로 앞 유리를 한번 슥슥 문지르고 난 후에야 그나마 시야가 확보될 정도. 뿌옇게 내려앉은 꽃가루들이 마지못해 한 쪽으로 주춤거리며 자리를 비켜주는 모양새가 된다.

알러지성 비염을 비롯하여 '알러지'라는 카테고리로 묶인 여러 증상을 보유한 나로써는 이맘때의 이런 나날들이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창문을 열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책상 위로 쌓이는 노란 가루들. 더불어 시리도록 뻑뻑해지는 눈. 쿨쩍거림과 콜록임은 마치 인기에 힘입어 노 젓듯 휘몰아치며 등장하는 자매품 같다.

이렇게 여러모로 달갑지 않은 손님같은 꽃가루의 나날들. 하지만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휘날려 훨훨 날아가는 것은 어딘가에 꼭 닿아야만 하는 숙명같은 일이다. 수정을 하고, 열매를 맺기 위한 자연의 섭리이자 어쩌면 그들 인생에서의 아주 중요한 순간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렇게 불편한 일들로 툴툴거리며 쿨쩍이는 내자신이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일생 일대의 중요한 순간을 통과하는 지점에서 응원하고 격려 해 주지는 못할 망정, 시큰둥 해 하고 있었으니...

이왕이면 더 멀리,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마음껏 훨훨 날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원하는 곳에서, 아주 튼튼하고 고운 빛의 열매를 맺기를. 그동안의 흔들리고 불안했던 모든 과정들을 견뎌내으니,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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