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국물 부침개를 아십니까

by 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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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뮌헨 적응 1년차. 출석하는 한인교회에서 조금 특이한 부침개를 발견했다. 보통 한인교회는

독일 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므로 자기건물이 없는 이상 오후에 예배를 드리는 곳이 많았다. 그리고 역시 한국 사람답게 예배가 끝나고 꼭 간식시간이 있다. 독일 교회에서 한국음식을 만들어 준비할 수가 없으니 목사님사모님을 중심으로 당번을 정해 사람들과 나눠먹을 간식을 각자 집에서 만들어 싸 오곤 했다. 나도 종종 참치 샌드위치를 만들어 갔던 기억이 있다.



다들 음식솜씨가 좋으신 편이라 간식시간은 매우 화기애애 좋았는데 가끔 알 수 없는 다홍색의 부침개가 종종 등장했다. 살짝 매콤한 맛도 있기도 하고 시큼한 맛도 있고 하지만 건더기는 전혀 전혀없는 장떡 같은 이 희한한 부침개는 어느 집안 혹은 어떤 지역 부침개일까? 늘 궁금하곤 했다.



그런데 우연히 교회 사모님의 정보로 알게되었다.

"아! 그거!! 여기 오래사신 분들이 김치국물 아까워서 만든 부침개야!! 김치국물침개!!"


오! 마이 갓!!


독일어로는


오 마인 곹!! (Oh, Mein Gott)


세상에.


우리나라로 치면 돼지 껍데기 삶아서 계속 우물거리며 씹는 것 같은 그런 정서를 담은 부침개였다. 하긴 나도 짧은 외국생활이었지만 김치국물 하나도 너무 아까워 최소한의 김치만 접시에 덜어 먹고 김치국물을 잘 모았다가 너무 익지 말라고 꽝꽝 얼려놨다가 김치찌개 할 때 넣기도 하고 김치말이국수를 할 때 사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김치국물 부침개라니!! 뭔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러던 오늘 독일에서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한국에 와서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김치 이야기가 나왔다. 김치국물을 모아 놓은 걸 어떻게 할 지 고민이라는 언니말에 나는 마구 흥분하며 이야기 했다.



"그거 얼려놓으면 시어지는게 좀 덜하고, 국물 넣고 김치 없이 김치콩나물 국 끓여도 되는데, 김치찌개 끓일 때 마늘이랑 좀 더 넣으면 따로 간을 안해도 되는데, 그리고 반찬하기 귀찮으면 두부랑 돼지고기만 넣고 졸여

나도 매운양념 볶음밥 하다가 간 싱거우면 김치국물 넣어 !! 간을 그걸로 맞춰"


"그거 너무 좋다!!"


"김치국물 응용 요리 야매 레시피좀 만들어볼까"


절약이 생활화 된 독일인!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서로 박수를 치며 기뻐한다. 그러다가 불현듯

그 김치국물 부침개가 생각났다. 아마 그 분도 어떻게 하면 김치를 끝까지 먹을까, 김치국물도 끝까지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 김치국물 부침개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아마 이 분도 김치국물 부침개를 만들었을 때 박수치며 부침개를 부쳤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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