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번진 수중 화장

엄마가 손수 만들어주신 수영복을 입고 야심 차게 나간 첫 대회

by 셀레나코

처음엔 취미반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몇 달 만에 얼떨결에 전공반이 되었고 시작한 해 11월에 첫 대회를 나갔다. 이제 시작했지만 몇 달간 시합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했다. 목표가 생기자 이전보다 더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나의 첫 작품은 탱고 음악을 주제로 한 솔로 종목이었다. 감독님이 내게 어울릴 것 같다며 골라주신 음악이었고 나도 마음에 들었다. 음악에 어울리는 탱고스러운 동작들로 작품을 채워갔다. 열정은 많았지만 처음 하는 거라 뚝딱거리는 게 많았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은 직접 내 손가락을 잡고 펼치는 방법까지 세심하게 지도해 주셨다. 감독님은 애정으로 날 지도해 주셨고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다.


그렇게 나는 내 작품에 애정이 있었고 자나 깨나 이 생각뿐이었다. 학교에 있을 때도 걸어 다닐 때에도 머릿속으로 음악을 재생하며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계속해서 되뇌었다. 막연히 금메달을 따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티브이에서 아티스틱 스위밍을 보면 화려한 수영복을 입고 연기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런 것들은 주문 제작을 맡긴 고가의 수영복이지만, 어린 선수들의 경우 주로 엄마가 만들어주신다. 내 첫 작품이 탱고였기에, 엄마는 검은색 수영복 위에 새빨간 레이스를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바느질해 주셨다. 그리고 물속에서 잘 보이도록 스팽글과 큐빅도 잔뜩 붙여주셨다.


그렇게 대회 당일이 되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엄마가 손수 만들어주신 수영복을 입고, 머리는 하나로 단단히 묶은 번을 만들고, 젤라틴 가루를 물에 녹여 머리에 발라 고정했다. 물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색이라는 파란색 아이섀도를 바르고 풀세팅을 마치자 자신감이 더 솟았다.


내 순서가 되었다. 가슴은 펴고 턱은 추켜올리고 당당히 걸어가 데크 동작을 하고 입수했다. 음악에 맞춰 연습한 대로 탱고 연기를 마음껏 펼쳤다. 젤라틴을 바른 머리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고, 물안경도 없이 수영하느라 눈이 따갑고 불편했지만, 그 첫 시합의 짜릿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첫 시합이었던 도지사배에서 나는 동메달을 땄다. 첫 대회이고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정말 잘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때의 나는 결과를 듣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감독님이고 부모님이고 할머니고 아무리 옆에서 위로를 해줘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새파랗게 예뻤던 화장은 거멓게 번졌다.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포즈는 취하고 있지만, 화장이 다 번지고 표정도 뾰로통해서 아주 웃기다. 운동을 몇 년 한 친구들도 출전한 시합인데, 난 무슨 자신감으로 금메달을 딸 줄 알았던 것인가? 턱도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느꼈던 감정은 토라짐에 가까웠던 것 같다. 대상이 없는 토라짐. ‘내가 이렇게까지 열정을 쏟았는데, 결과가 왜 이래?’ 하는 마음. ‘이만큼 했으면, 그만큼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어린 생각. 그렇게 나는 인생 첫 쓴맛을 경험했다.


지금의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울지 않을 것 같다. 살아보니 결과는 내 손 밖에 있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고, 나는 그저 과정을 주관할 수 있을 뿐이니까. 그 시합을 준비하며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어린 나에게 “정말 잘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첫 시합을 마치고 나는 더 단단해졌고, 다음을 바라보며 같은 루틴을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감독님이 조심스럽게 새로운 제안을 하셨다.


“캐나다에서 운동 한번 해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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