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94
아기가 통잠을 자기 시작한 지 꽤 됐지만, 그럼에도 나의 피곤은 조금씩 누적되는 중이다.
집안일을 마치고 개인 시간을 가진 뒤 잠에 들면 보통 여서일곱시간은 꼭 자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아기가 낮잠을 두 번밖에 자질 않기에, 그 낮잠 시간에 나도 함께 잠을 자면 집안이 정리되지 않을뿐더러, 나의 끼니를 때우거나 쉴 틈을 가질 수 없어서 아기와 함께 자지 않으려 한다. 피곤하지만 커피로 정신을 각성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사실 피곤을 참아내면 또 참을 만 하기에, 아기와 함께 낮잠을 자는 걸 필요로 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요 며칠 피곤이 자꾸 누적된 느낌이 들어서 오늘은 안 되겠다! 하고 정말 오랜만에 낮잠을 청해보았다.
문화센터에서 그리고 도서관에서 즐겁게 놀고 온 아기가 오후 낮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35분 만에 금방 깨버린 것이 아니겠는가! 이 정도로 피로가 안풀릴텐데, 생각이 들어 아기의 곁에 다시 누워 토닥여주니 금방 또 잠이 들었다.
하암~ 내 몸은 왜 침대 속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까? 몸이 마치 곰처럼 너무나 무거운 기분이 들어옴과 동시에 스르륵 나도 아기와 함께 잠에 빠져버렸다. 잠을 자면서도 뭔가 지금 내가 잠을 자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을 정도였다.
겨울이 다가옴과 동시에 짧아진 해 덕분에, 우리 둘은 저녁시간이 되기 전까지 어둑해진 방 속에서 각자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시간이 아까운 느낌이 들어 낮잠을 자지 않곤 했는데, 이렇게 낮잠을 자고 나니 조금은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잠이 그 어느 영양제보다 더 좋은 보약이라고 하질 않는가!
하는 것이 없어 보여도 바쁘고 또 바쁜 육아 속에서, 가끔 이렇게 낮잠을 청해봐야겠다.
그래야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아흔네 번째 날이다.
오랜만에 낮잠을 자고, 저녁식사를 한 뒤 설거지를 대충 해놓고 필라테스를 하러 집을 나섰다.
어제도 다녀왔지만 오늘은 잠을 조금 더 자서 그런지 전날보다 에너지가 채워진 기분이어서, 수업에 더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내 몸의 움직임에만 집중해 보는 시간.
선생님의 말씀에 맞추어 몸을 움직여보니 속근육이 조금씩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왔다. 그리고 또 너무 잘한다는 칭찬을 받으니, 뿌듯함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쏜살같은 50분의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자세를 바르게 하기 위해 신경을 써 보았다. 아기를 안거나 아기와 함께 놀아주다 보면 자연스레 몸이 굽게 되니, 혼자 있을 때라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말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허리를 곧게 세워 바른 자세를 하려 노력 중이다.)
건강한 몸, 바른 자세, 바른 생각을 가진 엄마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요즘이다.
잘 먹는 것과 잘 자는 것은 노력하기가 여간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나를 잘 챙겨봐야겠다.
사랑하는 우리 아기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