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93
'맛있는 것은 나눠먹으며 서로 돕고 지내자~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 꼭 약속해!'
아기와 함께 자주 듣는 동요의 한 구절이다.
맛있는 것을 나눠먹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는 애정 어린 표현이다.
나는 청소년기에 마이쮸와 호올스 같은 주전부리를 가지고 다니며, 친한 친구들에게 혹은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나누어주곤 했다. 맛있는 걸 건네주는데 '쟤 뭐야!'하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기에, 부담 없이 호감을 표시하기에 참 좋은 그리고 정말 쉬운 방법 중 하나였다.
유소년시절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글에 적진 못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무언가를 나누어주는 행위를 좋아라 하는 중이다.
아기를 키우면서도 아기가 훗날 본인의 것을 다른 친구와 나누기도 하며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요 근래 한 달 정도 아기의 행동을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희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바로, 엄마 아빠 그리고 할미 할비에게 본인의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행동을 보고 나서부터 시작되었다.
엄마와 아빠가 이유식을 본인에게 먹여주는 행위가 따뜻하게 느껴져서 그랬을까, 언젠가부터 먹을 것을 손에 쥐고 손을 쭉 내밀며 먹으라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진짜 먹으려고 하면 뻗은 손을 다시 접어 먹을 것을 본인의 입으로 가져가는 때도 있지만 말이다.
먹는 것을 함께 나누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얼마나 귀엽고 신기한지 모른다. 그걸 뺏어서 본인의 입으로 들어가는 행위가 장난이라는 것도 스스로 습득하고 말이다. (엄마 아빠가 이유식을 줄 땐, 적어도 아기의 입에 넣는 시늉을 했다가 도로 뺏지 않으니까!)
아기가 식사 중에 장난을 걸어오면 '지금 맘마 먹는 시간이야~! 우선 아기 맘마 먼저 먹고 놀자!' 하고 이야기하긴 하지만, 장난치며 슬그머니 웃어 보이는 아기를 보면 참 귀엽기 그지없다.
아기의 행동 하나에 섣부른 해석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맛있는 것은 나눠먹으며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기가 곧게 바르게 잘 클 수 있도록 곁에서 알려주고 모범을 보이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아흔세 번째 날이다.
아기는 요즘 분유 대신 우유 먹는 걸 연습하는 중이다.
오늘도 아기가 놀다가 빨대컵으로 우유를 마시고 있는데, 아니 글쎄 본인이 좋아하는 곰순이 인형에게 우유를 먹여주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니 이런, 인류애가 한가득 충전되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게 되다니..!
너무나 귀여운 마음에 '우아~ 아기가 곰순이한테 우유 주는 거야? 우아 곰순이가 너무 고맙대! 고마워~' 하며 칭찬을 듬뿍 해주었다. 그러자 아기는 신나는지 다른 캥거루, 키티 인형에게도 한 모금씩 우유를 나누어주었다.
참,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쩜 이렇게 예쁜 행동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사랑스러운 아기의 얼굴을 한 번 쓰다듬고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며칠사이에 아기는 이렇게 또 한 단계 성장해 나갔다.
나중에 보면 당연해질 행동들의 첫 시작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감사한 날이었다.
귀여운 우리 아기가 오늘도 이렇게 자랐다. 내일은 또 어떤 걸 보며 성장해 나갈까?
문득, 내일이 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