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91
오늘은 엄마아빠 찬스로 아주 오랜만에 남편과 둘이 데이트를 나섰다.
날씨가 금방 추워졌지만 그럼에도 너무 맑고 청명한 하늘에 기분이 날아갈 듯 행복해졌다.
오늘은 자유부인이 아닌 자유부부!
남편과 함께 멀리 비행기를 타고 떠나버리자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영종도로 향했다.
대학생 시절을 추억하며 그때는 버스를 타고 놀러 왔던 이곳을 이제는 차를 타고 왔다며, 우리 많이 컸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다.
추운 날씨에 딱 어울리는 칼국수와 파전을 먹으니 배가 든든해져 왔다. 노곤노곤해진 우리는 곧이어 커피가 필요해졌다.
차에 타서 다음 목적지를 찍고 가는 길에 연말 분위기의 노래를 들으니 기분이 또 좋아졌다. 동요가 아닌 우리가 원하는 노래가 나오는 차 안이라니, 분위기 있잖아! 하며 말이다.
(요즘 듣는 노래의 9할이 동요이다 보니, 내 머릿속에는 항상 동요가 플레이되곤 한다. 심지어 양치를 할 때도 치카치카 송이 떠오른다.)
목이 쉬도록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디어아트 볼거리로 유명한 호텔!
아기는 함께 오지 않았지만 우리 부부는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아기랑 오면 아기가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기는 곁에 없지만 엄마아빠가 보내주시는 귀여운 사진과 영상을 보며 아기 이야기로 채워지는 우리의 대화가 제법 부모답다는 생각을 했다. 이십 대 초반에 만나서 이제는 또 다른 생명체와 함께하고 있는 삶이 새롭고 신기하기에 말이다.
조금 짧았지만 무척 달콤했던 데이트를 마치고, 아기의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마트에 들러 장을 보았다.
짧고 굵게 놀고 나서 아주 자연스럽게, 부모로 역할이 전환되는 스위치를 탁 켰다.
집으로 가서 쉴 틈 없이 바로 또 이유식을 만들었지만, 오랜만에 가진 우리 둘만의 시간에서 정신적 에너지가 충전되었기에 육체적 피로는 견딜만했다.
아기를 낳기만 하면 언제든 맡아줄 테니 미국 유럽 그 어디든 갔다 오라던 우리 엄마는 요즘, 그렇게 말한 증거가 있냐며 오리발을 내미시는 중이지만 이런 잠깐의 여유도 우리에겐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다.
나의 자유부부에 대한 염원은 끝나지 않았지만, 이렇게 여유시간을 주신 엄마아빠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또 한 번도 울지 않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신나게 놀아준 아기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남겨보는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아흔한 번째 날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애착형성이 완벽하게 된 아기는, 엄마 아빠가 ‘바이바이~!’하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자 해맑게 웃으며 같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가려고 하는데 아기가 으앙 하고 울면 발걸음이 참 무거웠을 텐데, 예쁘게 웃어주는 아기 덕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다 놀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집에 가면 아기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반겨줄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는데- 집에 가자마자 격하게 나를 반기며 ‘음마-! 음마-!’하고 안아달라는 시늉을 하는 아기의 모습에 그 궁금증이 바로 해결되었다. 기쁨이 확 치솟은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이유식을 만들 때에도 줄곧 내 다리를 붙잡고 있는 아기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들었던 나.
아무래도 우리 아기는 엄마가 제일 제일 좋나 보다!
‘그래, 매일 하루종일 같이 있는 엄마인데 엄마를 제일 좋아해 주지 않으면 너무 서운할 거야’ 생각하며, 아기를 배 위에 올려놓고 즐겁게 놀았다.
꺄르륵 꺄르륵하며 품에서 행복해하는 아기, 그리고 아기의 무해한 웃음소리에 행복해진 나.
오늘은 우리 부모님,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 아기까지 모두모두 행복이 가득한 하루였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했던 일요일이 이렇게 또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