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90
오늘은 아기가 태어난 지 꼬박 400일이 되는 날!
목도 잘 가누지 못하는 아기의 백일을 축하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로부터 300일이 지나고 어느새 400일을 맞이했다.
아기가 태어난 뒤 100일 간격으로 사진을 남길 때마다 디데이 달력을 앞에 두고서 찍고 있는데, 300일 때부터 아기가 달력을 좀처럼 가만히 두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0일이 또 지난 오늘. 앞에 있는 사물을 가만히 두지 않는 말괄량이 덕에 400일 사진도 역동적인 컷이 대부분이다.
아기와 달력 모두가 가만히 있는 사진은 하나도 없지만, 이렇게라도 400일이라는 것이 보이는 게 어디냐 하며 사진 찍기를 종료하였다. (더 찍어봤자 차분한 사진은 절대 찍지 못할 것을 예감했기에 말이다.)
백일때는 목도 가누지 못해서 우리가 뒤에서 목을 받쳐줘야 했으니 말할 것도 없고- 200일 때만 해도 위 사진처럼 디데이 달력이 멀쩡히 제 역할을 했는데, 300일 그리고 400일 사진에서는 달력이 그저 아기의 신기한 장난감일 뿐이었다.
100일 간격으로 찍는 사진 외에도 가끔 소파의 같은 위치에 아기를 앉혀두고 사진을 찍어두니, 아기가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가 더 명확히 보여서 그렇게 사진을 남기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움직이지 못해서 소파에 눕혀놔도 미동 없이 잠만 자던 작년의 우리 아기. 그리고 소파에 혼자 기어올라가서 손에 닿는 것들을 만지려고 왔다 갔다 바쁜 요즘의 우리 아기.
언젠간 저 소파 위에서 방방 뛰며 점프를 하는 날도 오겠지 생각하니, 어린이가 된 아기의 모습이 문득 또 궁금해져 온다.
오래도록 디데이 달력을 간직하며 100일 간격으로 계속 사진을 남겨봐야겠다.
아마 훗날 아기도 본인의 모습을 보고 ‘나 쫌 귀여웠네!’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나는 고슴도치 엄마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아흔 번째 날이다.
아기의 백일 때는 정말 정성을 다해 백일상을 꾸며주었는데, 200일을 지나 400일이 된 오늘은 별다를 것 없는 소박한 하루를 보냈다.
백일 때는 분명 무척이나 벅차오르고 신기하고 그랬는데! 그땐 아무래도 갓 태어난 신생아가 자라나는 모습을 처음 보기도 했고 나 역시도 지금보다 더 초보 엄마였기에 그랬으려나 싶다.
별다를 것 없는 소박한 하루라고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것이 보이는 아가와의 오늘도, 잔잔한 행복들로 가득 채워보았다.
오늘은 예쁜 물고기들이 있는 카페에 가서, 엉덩이 붙일 새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기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꼼꼼히 구경시켜 주었다.
수족관 속 물고기들이 신기한지 귀여운 소리를 내며 하염없이 눈을 바삐 움직이던 아기. 나도 신기해서 계속 보게 되는 물고기와 산호가 아기의 눈엔 얼마나 더 신기하고 예쁘게 보일까!
오늘 밤 아기의 꿈속에, 예쁜 물고기 친구들이 찾아와 함께 즐거이 놀기를 바라보며!
400일 동안 잘 자라준 아기에게 고맙고, 또 하늘만큼 우주만큼 사랑한다는 인사를 남겨보는 그런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