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르셀레네 Apr 18. 2020

엄마는 카네이션을 별로 안 좋아할 줄 알았지

그리고 셀레네의 와디즈 펀딩 이야기

'엄마는 카네이션을 별로 안 좋아할 줄 알았지'


대학교 2학년 즈음이었을까?

어버이날이 코 앞에 다가온 날, 친구를 만나러 나선 홍대 곳곳에는 카네이션을 파는 곳들이 참 많았다. 화분에 담긴 포트 카네이션부터 작은 꽃다발 그리고 비누꽃 등.. 눈길을 사로잡는 다채로운 꽃들이 길거리에 즐비하게 있었다. 친구와 하나하나 구경하며 다니다가, 집에 가는 길에 골라 사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곳을 벗어나버렸다. 그리고 역시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 손에는 카네이션이 들려있지 않았다. 실컷 놀다 보니 꽃 사는 것을 잊은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틀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다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이틀이 훌쩍 지나 어버이날 당일이 되었고, 내 손에는 부모님께 쓴 편지와 용돈을 아껴 모은 약소한 돈만 들려 있었다. 외출했을 때 한 번 더 카네이션을 사려고 돌아다녔는데, '카네이션을 사 가면 뭐하러 이런 걸 사 왔냐고 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무심코 하게 되었고 결국 카네이션을 사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도 부모님께 편지는 잘 쓰는 딸인지라, 찔끔찔끔 눈물을 흘려가며 쓴 편지와 약소한 돈을 드렸는데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꽃은 한 송이도 없는 거야~?"


엄마의 말을 듣자마자 그 즉시 후회가 되었다. 일 년에 한 번뿐이 없는 어버이날, 부모님께 마음껏 감사함과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날에 '혹시 꽃을 별로 반기지 않으시면 어떡하지?'라는 나만의 판단으로 부모님께 꽃 한 송이도 드리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속상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당시에는 꽃을 지금처럼 좋아라 하지 않았기에 꽃보다는 다른 실용적인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그런 판단을 내리게 되었는데, 정말 오산이었던 것이다. 그 후로 며칠 간 마음속으로 많이 후회를 했다.


색종이를 접어 핑킹가위로 잘라 카네이션을 만들던 어린 시절, 크레파스로 쓰윽 쓰윽 카네이션과 엄마 아빠를 그려 선물로 드렸던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었는데, 어릴 적 나 보다 지금의 내가 더 효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앞으로는 어버이날에 꽃을 잘 챙겨 드려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했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고 했나! 몇 년이 흘러 나는 꽃을 무척이나 사랑하게 되었고 이직을 준비하던 차에 회사를 다시 들어가지 않고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분야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것이다. 꽃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나가며 셀레네를 조금씩 조금씩 다듬어나갔고, 꽃을 시작한 덕에 엄마께서는 꽃을 정말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는 이제 이렇게 말씀하시곤 한다.


"딸 때문에, 웬만한 꽃은 성에도 안 차~"


수많은 종류의 꽃과 디자인을 경험해본 엄마는, 이제 가끔 꽃을 드리려고 하면 한사코 사양하실 때도 많다. 수년 전 어버이날, 엄마가 내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실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때의 죄송함을 다 풀어드린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가끔 꽃을 드리면 집에 가셔서 화병에 꽂아 이리저리 사진을 많이 찍어 보내시곤 하는데, 그럴 때면 괜스레 내 기분마저 좋아진다.


이제는 그 어떤 디자인의 꽃들도 한눈에 파악하는 엄마께 더 이상 새로운 디자인의 꽃을 선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에 준비한 조금은 색다른 어버이날 카네이션도 역시. 엄마의 눈에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고 말씀하시니 앞으로의 어버이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다. 언젠가 이 글을 읽으실 엄마께 여쭤보고 싶다.


"엄마, 이제 어버이날에 꽃 안 드려도 괜찮을까요? 그래도 드리는 게 좋죠?"




'이번 어버이날엔, 조금 더 특별한 카네이션을 만들어야겠어'


어버이날 카네이션으로 꽃다발, 포트, 꽃바구니, 플라워 박스 등을 만들어보니 이제 조금 색다른 것을 준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찾아왔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에 늘 흥미를 가지고 있는 터라, 와디즈(Wadiz) 크라우드 펀딩을 언제 해 볼까 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이번 어버이날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게는 너무나 친숙해서 새롭진 않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이것을 소개하면 생소해하며 예뻐라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더 많은 분들에게 이 플라워 디자인을 소개하고 싶어 졌다.


그것은 바로 '식물표본'


셀레네의 'Memory of the moment: 순간의 기억' 식물표본

"Herbarium 식물표본"


식물표본은 학술적으로 '식물을 채집하여 계통적으로 분류하여 만든 표본을 전시/보관하는 장소'를 뜻하는데, 특수 용액을 사용하여 시들지 않는 꽃인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나 드라이플라워를 오래 볼 수 있도록 만든 플라워 디자인이다. 식물표본은 기본적으로는 크게 ‘용기/ 꽃과 소재'로 구성되는데, 어떤 용기와 꽃 그리고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디자인이 연출된다.


와디즈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예쁜 카네이션과 함께 어울리는 소재들을 디자인하여 식물표본을 제작해 보았는데, 디자인을 수정하고 수정한 끝에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이 나와 무척이나 행복했다.


셀레네의 'Memory of the moment: 순간의 기억' 식물표본

꽃이 시들까 봐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드릴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 이 점도 고려하여 이번 어버이날에는 와디즈에서 '오브제가 된 카네이션으로 변치 않는 사랑을 선물하세요!'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기획하는 것을 워낙 좋아했던 터라, 오랜만에 하는 컴퓨터 작업이 꽤나 즐거웠다. 나름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나름 수월하게 펀딩을 시작하게 되었고 놀라운 일이 시작되었다.


목표했던 적은 금액을 넘어, 하루가 다르게 펀딩액이 늘어나고 500%, 800%를 넘어 1000% 그리고 2000%까지 초과달성하게 된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펀딩액에 걱정이 되어 '이걸 다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을 잘 못 이루곤 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차분히 하나하나 꼼꼼히 잘해 나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열심히 준비했다. (지금도 여전히 준비 중이다!)


하루하루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지만 셀레네의 식물표본으로 전국에 계신 많은 부모님들께서 행복해하실 것을 생각하면 속 깊은 곳에서 따뜻함이 올라온다. 그리고 셀레네의 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신 서포터분들께 많이, 정말 많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몸이 한 개라서 너무나 아쉬운 요즘,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위해 준비한 자녀분들의 선물이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해 본다.



[ 셀레네 식물표본 카네이션, 와디즈 펀딩 프로젝트 ]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63080


와디즈 펀딩을 진행하면서, 많은 서포터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절실히 느껴졌다. 단순히 조금 색다른 플라워 디자인을 소개한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일 년에 한 번 부모님께 감사함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어버이날에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칠백여 개의 카네이션이, 모두 무사히 전달되기를!



이 프로젝트가 무사히 마무리되면, 나는 또 다른 일을 만들어내고 있겠지?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참 행복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꽃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셀레네가 되었으면 한다.




여기서 잠깐!
어버이날, 우리는 왜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드리게 되었을까?


'모정, 사랑, 부인의 애정이라는 꽃말을 가진 카네이션'


과거 미국 버지니아주 마을에 살던 안나라는 소녀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나서 어머니를 생전에 잘 모시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 이유로 산소 주변에 어머니가 좋아하던 카네이션을 심어 드렸다.

그 후 안나는 모임에 참석할 때 언제나 가슴에 흰 카네이션을 달고 나갔는데, 산소에 심은 카네이션 꽃을 늘 지니며 어머니를 생각하기 위함이었다. 이윽고 안나는 어머니를 잘 모시자는 운동을 벌이게 되었고, 1904년에 처음으로 시애틀에서 어머니날 행사가 열리게 되었다.

이 날, 부모님이 살아계신 분은 부모님의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분은 자신의 가슴에 흰 카네이션을 달았다. 이 어머니날 행사는 점점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956년 5월 8일부터 '어버이날'로 지정하여 부모님에 대한 사랑으로 붉은 카네이션을 선물하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눈이 내리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는 요즘의 겨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