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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셀레네 Apr 24. 2024

몹시도 두근거렸던 나의 첫 출산기

내가 진짜 엄마가 된다니!

난생처음 경험하는 우리 아기와의 첫 만남을 앞두고, 커다란 캐리어와 가방을 실어 병원으로 향했다.

기대감보다 두려움이 조금 더 컸고, 드디어 내 뱃속에 있는 생명체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기분이 싱숭생숭하기도 했다. 수속을 밟고 병실에 짐을 푼 뒤, 환자복으로 환복을 했더니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경이 들었다.


부분 전치태반 소견으로 어쩔 수 없이 생각지도 않은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는데 아기를 만나는 날이 9월 15일, 우리의 5주년 결혼기념일과 겹치게 되어 더욱이 뜻깊게 느껴졌다. 아기를 생각보다 조금 일찍 만나야 했기에, 배에서 조금 더 못 품어주는 것이 내심 미안하기도 했지만, 매년 9월 15일에는 축하할 일이 두 배라며- 남편과 위로 아닌 위로 그리고 행복을 나누었다.


그리하여 9월 14일에 입원을 했고 다음 날 있을 제왕절개 수술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출산 후에 해야 할 일과가 적힌 종이를 읽으며, 과연 내가 출산을 무사히 해서 이 종이에 적힌 대로 잘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도사렸다. 제왕절개의 경우 하반신 마취만 하고 아기를 만난 뒤 수면마취를 하고 후처치를 하게 되는데, 하반신마취뿐 아니라 수면마취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만약 마취를 했는데 내가 못 깨어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현대 의학이 얼마나 발전해 있고 나는 얼마나 건강한 사람인가를 되뇌며, 스스로에게 워워- 하고 진정하라는 생각을 불어넣어 머릿속에 가득 찬 걱정들을 밀어내고자 노력했다.


병실에 있다 보니 내 팔에는 어느새 기다란 바늘이 꽂혀있었고, 그 무섭다는 항생제 테스트까지 마치게 되었다. 살을 포 뜨는 느낌이라느니, 수술 과정 중에 가장 아팠던 순간이었다느니 하는 괴담(?)이 퍼져있던 터라 너무 공포스러웠지만, 생각보다 별게 아니었어서 앞으로 남은 과정도 이대로만 무사히 진행되기를 하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틱톡틱톡 새벽 12시가 지나 9월 15일이 되었다.

드디어 뱃속에 있는 아기를 만나는 날이다. 약 11시간 뒤면 정말 내 뱃속에 있던 한 사람이 우리의 곁으로 와서, 평생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된다니, 마음이 갑자기 두근거렸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수술 후 컨디션은 안중에 없이 곧 만날 아가에게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언젠가 아가가 크면, 엄마의 출산 직전에 남긴 마음가짐을 꼭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기를 낳기 전이라서 그런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 부모로서 변해나갈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나니 어느새 꼬르륵 배가 고파졌다.


아침 10시 수술 예정이기에 새벽 4시 이후엔 금식이라고 쓰여있는 종이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새벽 3시 56분에 남편이 사놓았던 단팥빵을 부랴부랴 달라고 해서 2분 만에 입속으로 허겁지겁 밀어 넣었다. 불룩 나온 배 때문에 침대에 제대로 앉지 못하고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로 빵을 2분 만에 먹다니, 그 모습이 너무 웃겼던지 남편은 빵 먹는 나의 모습을 영상으로 즉시 담았다.

수술이 끝나면 오랜 시간 아무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못하기에, 단팥빵 한 개와 우유를 먹고 나니 주린 배가 채워져서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쪽잠을 자고 나니 어느덧 아침이 밝았고, 이제 곧 분만실로 이동할 시간이 되었다.

'두어 시간 뒤면 우리가 세 가족이 된다니, 내 배 속에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니!'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근거림이 있었지만 저명한 교수님이 어련히 잘해주시겠지, 하며 후우- 후우- 심호흡을 연신 이어갔다.


<출산기는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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