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마을 풍경

『삼베학교』 에피소드.2

by 루화


경상북도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삼베학교는 이곳 금소마을 안에 있다.

금소마을은 오래전부터 마을 공동단위로 대마를 경작하고 삼베길쌈을 해온 그야말로 삼베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베틀노래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 오빠 장개간디

청포도포 지여냈네

그 남치기 뭣할랑가

우리 아버니 후례가는

청포도포 지여내네’


안동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금소마을이 고향이라는 분을 우연히 만났다.


“우리 어머니가 해주신 도포자락이 있어요.

그걸 내가 여즉 갖고 있는데 어찌나 고운지, 우리 아버지랑 오빠 해준 건데 세월이 지나 저에게 물려주셨지요.”


베 짜는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서 처음 안동을 찾았을 때, 금소마을에서 황할머니를 만났다.

황할머니는 안동에 사는 친구의 삼베 선생님인데 마치 우리네 할머니 같은 모습을 하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선생님 보단 자연스럽게 할머니라고 부르게 되었다.


황할머니는 베를 짜고 팔아 집안 생계를 꾸리셨다. 시장에 삼베를 팔아 번 돈으로 지붕을 고치고, 창고를 짓고, 자식들 대학 보내고 출가를 시켰다.


가끔씩 마을 사람들이 할머니를 찾아와 삼베를 정련한다. 2년 전 할머니 집을 방문한 어느 날, 이웃 아주머니가 삼베를 들고 할머니를 찾아왔다.


“다듬이질 좀 합시더”


할머니와 아주머니는 신문지 아래 있던 다듬잇돌을 무겁게 옮기고 그 위에 삼베를 올린다.

아주머니는 양손에 방망이를 들고 다듬잇돌에 놓인 삼베를 두드려 구김을 편다.


“삼베를 멜 때 된장풀을 바르는데, 다듬이질이 삼베에 베인 풀을 고르게 펴주기도 해요.”


다듬잇돌과 삼베를 사이에 두고 방망이를 두드리는 소리.

나는 그 소리를 할머니 이불에 앉아 한참을 눈을 감고 들었다.

다듬이질이 끝나면 홍두깨라고 부르는 굵고 긴 방망이에 삼베를 감는데, 혼자서는 감기 힘들 정도로 양쪽에서 고르게 힘을 주어 당기고 감아야 구김 없이 반듯하게 감긴다.


이곳에선 일상인 이 진 풍경이 나에게는 선물처럼 다가왔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2년 전 그날 그 순간을 떠올려본다.


밝은 빛이 방 안으로 가득 들어온다.

할머니의 꽃이불은 따뜻하다.

맑고 청아한 다듬이질 소리가 고요히 울리는 오후.

맞은편에 앉아 다듬이질하는 아주머니를 지극히 바라보는 후부리 할머니의 넓고 깊은 시선.

안동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떠올리면 바로 이날, 이 장면이다.

할머니 밥솥에 든 따뜻한 밥과 푸근한 식빵처럼 고소하고 든든하고 배부른 시선. 나는 그 시선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2년 간 금소마을을 오가며 사람들로부터 삼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10년 전 이 마을에 견학 왔었는데, 그때는 집집마다 할머니들이 베짜고 계셨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 풍경이 다 사라졌네요.’

‘삼베 짜는 분들 다들 연세가 너무 많으세요.’

‘이걸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

‘문화재 절대 안 된다, 다 돌아가시고 없다.’

‘우리 할머니도 베를 짜셨는데요, 아직도 그 풍경이 생생해요. 삼베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청년, 이걸 왜 배울라고 하나?’


87년생인 나는 삼베를 모른다. 외할머니에게 전해 듣고서 책이나 유튜브에서 본 게 다 다.

먼 나라, 옛날옛적 이야기 같은 삼베를 어쩌다 보니 이곳에서 만났다. 자꾸 만나다 보니 삼베를 배우고 싶어졌다.


마을을 걷다 한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삼베를 어떻게 배울 수 있어요?’

“여기 살면 자연히 배워지지.”


나는 이곳, 금소마을에서 삼베와 삼베 짜는 사람들의 살아있음을 생생히 느낀다.


삼베는 여기에 있다.

지금 여기 이 땅에서 삼이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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