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데려올 용기 때문에
매일밤, 아빠는 나에게 나무를 심는다
나무는 밤새 자라고 자라 점점 커진다.
아침이면 나무에 색색의 열매가 맺혀 있다.
나무에 열매가 달린 건 아빠와 나만 아는 비밀이다.
아빠는 나에게 알록달록한 열매들을 잘 숨겨 두라고 했다. 사람들이 알게 되면 더는 아빠와 함께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림책 <그렇게 나무가 자란다> 김흥식(글) 고정순(그림)
오전 강의로 아침 일찍 학교로 출근을 하던 때였다. 등굣길에 만난 아이가 반가워 어깨동무로 아이를 살짝 감싸 안았다. 아이도 살갑게 내 품으로 파고들었는데, 잠시 뒤 아이는 짧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품에서 벗어났다.
"혜정아, 왜? 어디 아파? 주사 맞은데 만진 거야 선생님이?"
당황한 내가 물었고 혜정이는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여름 반소매를 걷어 올려 자신의 팔뚝을 보여줬다.
"선생님, 아파요 정말."
아이의 팔뚝에는 넓은 형태의 막대기로 맞았음이 분명한 열매가 맺혀있었다. 놀라 바라보는 내 표정을 한번 살피더니 여기저기 옷을 들추며 아픈 곳을 더 보여줬다. 혜정이의 몸에도 꽤 많은 열매가 맺혀있었다.
"혜정아, 이거 누가 그랬어?"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모요."
"고모가? 왜?"
어느 고모가 조카를 이렇게 때린단 말인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약 바른 거야?"
"아뇨."
학교 보건실에 혜정이를 데리고 가서 치료를 부탁하고 학교 측에 아이 상황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학교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 기관이니까! 한참 뒤, 혜정이가 엄마와 함께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빠와 고모라 불리는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아이들이 처한 상황도 상상의 한계치를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체벌을 허용하던 우리 문화 때문에 '내 아이를 때리는 것이 문제 될 게 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학대받는 아이가 간절히 기다리는 것도 '관심'이고 그 아이를 돕는 방법도 '관심' 뿐이었다.
‘관심'은 아이가 혼자라는 생각을 덜고 용기 내는 것을 도울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부모 마음으로 내 주변에서 울지도 못하고 있는 아이가 없는지 살펴봐 준다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