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저, 재채기였을 뿐인 걸

사건의 재구성

by 은수

우리가 괴로워하는 일은 이미 끝난 일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그 고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사건보단 그 뒤에 이어지는 상상 때문이다.

경험한 사건은 우리에게 불안이라는 장치를 남긴다. 그것을 통해 방어력을 키우려는 거였다. 하지만 그 불안이 상상 속에서 끝없이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영원히 과거 속에 살게 된다.


체르뱌코프라는 남자는 그날 오페라 관람을 하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 도중 갑자기 재채기가 터지고 말았다. 과연, 이 세상 누가 재채기를 참을 수 있단 말인가.

남자가 정신을 차려보니, 앞자리에 앉아 있던 노인이 자신의 대머리와 뒷목을 장갑으로 닦으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남자는 곧 그가 운수성 장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직속상관이 아니라는 사실에 잠시 안도하던 남자는 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사과한다. 장군은 짧게 말한다. 괜찮다고.


사건은 그 말로 끝났다. 하지만 남자의 상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정말 괜찮은 걸까.’

남자의 불안은 장군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힌다.

‘그러지 않으면 나를 무례한 사람으로 보게 될 거야.’


남자는 다시 장군을 찾아간다. 오페라 중간 휴식 시간에도,

다음 날에도, 그다음에도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한다. 고의가 아니었다고. 그저 생리적인 현상이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사과가 될 수 없었다. 남자는 괜찮다는 장군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자신이 상상을 통해 재구성한 장군의 시선을 쫓아 전전긍긍 눈치를 볼 뿐이었다.

결국, 참다못한 장군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고 말았다.

당장 꺼져!‘

실의에 빠져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관복도 벗지 못한 채 소파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 그대로 … 죽었다.

나는 자신에게 질식해 버린 남자의 발소리에서 내 발소리를 들었다.

나의 불안은 죄책감에서 시작됐다. 내가 태어난 일은 참을 수 없는 재채기 같은 것이었다. 멈출 수 없었고, 돌이킬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오랫동안 그 일이 고의가 아니었다고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사과하고 싶었다.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자 내 상상은 더욱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 침묵 뒤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표정을 상상했고, 계속 확인하느라 나를 소진하고 있었다.

나처럼 남자의 미안함도 진심이었을 것이다.


[나를 달래는 기록 #5]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타인의 표정을 살피느라 길을 잃지 말자고 다짐한다. 상상이 만든 이야기 속에서 나를 소진하는 일도 없을 거라고.
사과는 한 번이면 충분하고, 그 뒤의 감정은 오롯이 상대의 몫이라고, 이제는 믿어보려 한다.
남자의 죽음을 떠올리다, 눈을 감는다.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사람으로서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서.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그림책[관리의 죽음]-고정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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