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밥을 먹을 때에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쓰일 수 있습니다. 수저도 놓아주고 반찬도 옮겨주고 물도 따라주어야지요. 그런데 내가 상대를 위해 쓰이기도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을 쓰기도 하지요. 주전자가 멀리 있으면 "주전자 좀 주십시오."해서 다른 사람을 쓰면 그 사람도 기분 좋지요. 내가 명령하듯 시키는 것하고는 다릅니다. 그 사람이 그것을 기꺼이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사는 것이 바로 쓰고 쓰이는 관계라는 것을 알고, 도움을 받으면 고마운 마음을 내되 위축되지 않고 내가 남에게 도움을 주되 바라는 마음을 내지 않기 때문에 그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지 않게 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을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쓸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베풀 때 마음가짐, 받을 때 마음가짐입니다." - 법륜 스님, <스님, 마음이 불편해요>
위의 내용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도 불교의 쓰임에 대해 알아봅시다.
불교에서 '쓰임'이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한 철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물질적, 정신적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포함하며, 삶의 본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불교적 관점에서 '쓰임'을 이해하는 것은 삶의 방식, 인간관계, 그리고 내면의 평화에 관한 지혜를 터득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불교는 모든 것이 무상(無常)하고, 고정된 자아가 없으며, 연기(緣起)적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가르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쓰임'은 모든 존재와 자원이 상호 의존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물질적인 재화나 자원은 본래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부여됩니다.
불교에서 자비(慈悲)는 중요한 덕목입니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자원을 사용할 때, 이는 단순한 소비가 아닌 긍정적인 에너지를 생성하는 행위가 됩니다. 자비로운 '쓰임'은 다른 이들에게 이익을 주고 고통을 덜어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불교의 핵심 가르침인 보시(布施)와도 연결됩니다. 보시는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지식, 시간, 관심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지혜(智慧)를 통한 올바른 인식이 중요합니다. 자원이나 능력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것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행복과 평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삼독(三毒)을 벗어나, 올바른 '쓰임'을 통해 진정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과정과도 연결됩니다.
불교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합니다. 현대사회에서 환경 문제는 중요한 이슈이며, 불교적 관점에서 '쓰임'은 자연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하며, 자연을 착취하는 대신 보호하고 보존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불교적 관점에서 '쓰임'은 단순한 자원의 소비를 넘어, 삶의 본질과 연결된 깊은 철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자비와 지혜를 바탕으로 한 '쓰임'은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조화와 평화를 추구합니다.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는 것도 불교적 '쓰임'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의 선택과 행동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더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