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 그리고 나를 지켜준 가족

by 고니비니SN

임신 중 느꼈던 불안은 출산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두 시간마다 깨서 모유 수유를 하고, 트림까지 시키고 나면, 내가 다시 잠들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0분 남짓이었다.

그렇게 몽롱한 정신으로 하루 종일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하고, 재우고, 아이의 울음을 달래는 하루가 반복되었다.



어느새 씻는 것조차 귀찮아져 며칠을 버티다 겨우 샤워하는 일이 잦아졌고, 남편과 엄마의 말에도 짜증으로 반응하는 날이 늘어났다. 스스로도 느낄 만큼 예민해져 있었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었다. 나의 말들로 남편과 엄마는 점점 지쳐갔다.



점점 의욕이 사라지면서, 급기야 아이의 울음소리조차 듣기 싫어졌다. 10개월 동안 내 영혼까지 바치며 지킨 아이는 두려움과 피로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런 나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본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는 말없이 내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갓난아기와 나, 두 사람을 번갈아 돌보며 늘 나를 먼저 걱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한 남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기야, 요즘 많이 힘들지?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요즘 증상이 산후우울증 같은데....테스트 한번 해볼까?“

남편의 말에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속으로는 ‘설마 내가?‘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한편으론 내 상태가 궁금했다.



“응. 그럼, 한번 해보자.”

남편이 건네는 질문에 하나씩 대답해 나갔다. 처음에는 몇 개뿐이던 OK가 점점 늘어났다.

결과는 산후우울증이었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이유가 한 단어로 설명될 수 있어서 오히려 고마웠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나를 남편은 조용히 안아주었다.


그동안 나를 위해 손과 발이 되어준 엄마, 밤마다 수유가 끝나길 기다렸다 트림을 시켜준 남편, 감정 널뛰기를 수시로 하는 나를 묵묵히 지탱해 준 건 가족이었다.



산후우울증이라는 이름이 내 아픔을 설명해 주었고, 가족의 사랑은 그 아픔을 이겨낼 힘이 되어주었다. 산후우울증도 결국, 사랑 안에서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온몸으로 느꼈다.



지금 내가 한 아이의 엄마로 이렇게 우뚝 설 수 있는 건,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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