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아버지의 외출

by 다다리딩

송내역에서 나이 든 할아버지는 어느 쪽에서 열차를 타야 부천역으로 갈 수 있는 지 물었다. 어느 쪽이든 부천역을 가는데 급행이냐 아니냐 차이일 뿐이라고, 여기서 급행을 타면 한 정거장이면 부천역이라고 아저씨가 정중히 답변했다. 그 할아버지는 화를 내며 나를 바보로 아냐고. 한 쪽은 인천, 한쪽은 부천 방향일 텐데 다 부천간다고 늙은이를 놀리려군다고 하셨다. 나는 플래폼에서 책을 보며 서 있다 그들을 돌아보며 아저씨를 거들었다.

- 할아버지, 맞아요. 여기 둘다 부천 쪽으로 가는 열차가 서요. 인천 방향은 올라가서 저쪽으로 타면 급행과 일반 열차가 와요. 우리랑 같이 타면 돼요.


그제서야 할아버지는 안심하며 내 옆에 서서 한 숨을 내쉬었다.

-변해도 너무 변했어. 집에 있다가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 없어 나왔는 데 길을 잃었어.

할아버지의 말씀에 '저런, 고생하셨네요.' 추임새를 넣자 할아버지는 줄줄이 말을 이었다.

-나는 올해 92이야. 돈도 많아.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고 자식들도 다 유학 보냈고 자식들도 다 부자야. 집이 세 채씩은 다 있어.



주위에 학생들이 할아버지를 보며 피식 웃었다. 맞은 편 그들의 무리에서 꼰대들의 돈 자랑이란 말이 흘러나왔다. 할아버지의 눈빛은 늙지 않고 빛나고 있었다. 90대라 하기에 너무 맑은 피부와 민첩한 걸음걸이가 실제와 말 사이를 외려 겉돌게 했다.


- 자식들이 서로 모시려 해.

내가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거든.

돈 보고 모시려는 거지.

근데 내가 거길 왜 가. 난 혼자가 더 편해. 근데 마누라가 지난 달에 죽었거든. 그리고 나니 집에 있으니 견딜 수가 없어. 가슴이 견딜 수 없어서 마누라 죽고 처음 나왔다가 길을 잃었네.


시끄러웠던 할아버지의 공기가 조용해졌다.

할아버지가 전철에 타고 학생들은 다음이 부천역이라고 알리며 내리실 때까지 공손히 대했다.



나와 그의 90살로 가는 여정,

우리 중 누가 먼저 떠나게 될까.

그 무게를 감히 감당할 수 있을 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기 싫다.


집으로 와 그의 손을 잡자,

그가 왜 그래? 묻는다.

그냥, 이유없이 잡고 싶어서. 나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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