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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Aug 05. 2021

시골에서 지독한 여름을 보내며

한여름은 이 집에서 보낼 수 없다는 게 내 지론이었다. 70년 된 농가를 10년도 더 전에 사서 고쳐 고쳐 가며 살고 있으니 80년은 넘은 집. 지인들은 지나가며 "에어컨은 있지?"라고 물어본다. 6평형 작은 에어컨이 쉴 새 없이 돌아가도, 집은 에어컨 밑만 시원하다.


더위에 지쳐 도시의 집으로 돌아갔다가 5일 만에 짐을 싸서 다시 내려왔다. 나는 말끔하고 깔끔한 부엌, 아들들은 널따랗고 쾌적한 거실 텔레비전 앞에서 떠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이 꼴을 못 보겠어, 하면서 나는 다시 시골로 내려왔다.


아이들은 대문을 열면서 이렇게 외쳤다.


"우와~! 여기 밀림이다. 우리 집이 풀더미 때문에 무너질 것 같아."

정말 40여 년을 살아낸 내 눈에도 풀더미에 모든 것이 묻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약 10일  동안의 장마, 뜨거운 햇빛의 교차 방문은 인간적 삶의 질을 초토화시키면서도 풀들에겐 열렬한 삶의 생명력을 선사한 것 같았다.


 엄마와 아빠가  아파트로 피신을 간 사이, 우리 가족은 아니 정확히 나는 텃밭의 무성한 잡풀과 하루가 다르게 겁나 달리는 토마토, 고추와 싸움해야 했다. 그리고 최악은 벌레! 레깅스와 스포츠 양말을 신고 해 질 녘, 신새벽 텃밭에 나가도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수십 방 물어뜯기고 뜯어온 토마토는 정말 보기도 싫어진다. 그래도 이렇게 물어뜯기고 얻은 건데 그냥 버릴 수 없으니 요리를 하게 된다. 하나도 남김없이 먹겠어!라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적이며 어찌어찌 만든 토마토 마리네이드, 토마토 계란 볶음, 토마토 수프는 뭐 또 그런대로 맛있다. 아니, 꽤 맛있다. 지긋지긋한 무더위도, 장마도 이겨낸 과실들. 하나도 그 생명을 버리고 싶지 않아 청양고추로 간장 고추 장아찌를 담고, 깻잎 전을 부친다. 그리고 내 다리는 매일매일 벌레에게 물린다. 팔도, 등도, 이마에도.


그렇게 시골에서 여름을 보내며, 나는 리틀 포레스트가 되어 간다. 나에게 농촌은 그냥 정신적인 사랑이라며 바라만 보겠다고 다짐했는데, 해질 무렵이면 또 장갑을 끼고 텃밭을 서성이게 된다. 시골의 지독한 한낮의 습도와 더위, 무기력을 보내고 징글징글 독 오른 벌레들 곁,  장한 생명들을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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