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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Jan 18. 2017

밤의 나무

청정한 밤공기를 가르며 한참을 걷다 마주한 것은 겨울 나무였다.

어둠 속 칭칭 오색 전구를 감고 모여 있는 공원의 나무들.


내가 저 나무라면,

나의 동의 없이 마구 전구를 감아

밤새 반짝이게 만든 이들에게 저항하고 싶을 것이다.


밤이 주는 선물.

어둠이 눈을 가리면 보이는 것에 가려져 있던 오감이 깨어나고

적막이 발밑까지 내려 앉으면 밖으로 향했던 생각들이 안으로 향한다.


그리하여 고요 속 청정함에

한꺼풀 피곤을 벗고 잡다함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를 마주할 시간을 가지게 되는 시간.


시간을 망각한 지나친 빛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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