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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r 12. 2016

아가, 너희를 위해 촛불을 켰어.

 아기는 당신들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들만의 그대로 한 인격체입니다.

내 아들이 밤새 한 시간 단위로 잠에서 깨 쇠된 소리로 울어댈 때 생각했어. 밤낮도 모르고 수시로 먹어야할 시기의 네가 시끄럽게 운다고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침대에서 떨어져 피 토하는 너를, 백일도 안돼 오롯이 어른의 손에 온 몸을 맡겨야했던 너를. 원하지 않았단 이유로 어떻게 함부로 길에서 떨어뜨리고 방치할 수 있었을까?


 내 아들이 자동으로 굴러다는 공을 쫒아 기어다닐 때, 너를 생각했어. 이렇게 무거운 공으로 네 여린 몸을 향해 내리쳤을 때, 그 행동이 산후 우울증이란 이유로 합리화 될 수 있을까?


내 아들이 허겁지겁 이유식을 향해 참새 입술로 먹고자 달려들 때, 항상 배고파했다는 네가  제발 무사하길 기도했었어. 네 새엄마는 내 아이가 아니어서 싫었다는 이유로 어떻게  그리도 해맑은 너를 함부로 했을까? 최소한의 관심과 보살핌도 받지 못한 네가 얼마나 긴장하고 눈치보며 삶에 지쳐갔을까, 가늠조차 하기 힘들어. 제발 살아 돌아오길 바라며 수시로 기사를 봤었는데.

 ..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돼버렸구나.


자꾸만 눈물이나서 네가 감당해야했을 고단함과 무서움, 외로움이 기사에 고대로 베어있어 끝까지 읽지 못하고 두 눈을 질근 감았단다. 너무나 무섭고 섬득한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지다, 삶이 막막해지더라.



세상이 험하고 가치를 잃어, 자식 귀한 줄 모르고 목숨을 함부로 하는 일들에 많은 사람들이 공분하고, 슬퍼하며 너희들을 애도하고 있단다.


내 아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엉금엉금  기다가 뒤돌아보며 엄마가 있는지 확인하고 활짝 웃는데,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 내 아들이 아름답고 귀하듯 너희도 사랑받을 권리가 있는데 그 누구도 지키지 못했어. 자격이 없는 부모라면 나라가 지켜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남의 가정사, 개인사라는 인식이 강해 참견하기도 어렵고 사각지대의 아기들을 파악하기도 어렵단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겠지라고 희망을 가져봐.

 아기가 울고 철없이 행동하는 건 당연한건데 그걸 이유로 때리고 굶기고. 너무 가여워. 부모가 되고나니 매일 살기 좋은 내일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 본다. 내 아들과, 아들의 친구들이 살아갈 세상이니까. 더불어 세상의 귀하고 귀한 아이들이 이어받을 세상이니까.

  어른이 되면 더 많은 일을하고 현명해질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구나. 내 아이 소중하듯 남 아이 어루만지고, 나 배고프듯 혼자서는 우는 것 밖에 못하는 아이 배고픈 것 헤아려 키우면 좋으련만. 부모라고 자기 새끼 사랑하고 위하는게 당연하단 게 이렇게 위험한 고정관념이 될 줄이야.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곳에 자신들이 낳았으니 자신들의 소유물인양 함부로 하는 부모들이 아직도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너무 빨리 좋은 길로 가려 기본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돼. 가장 기본을 되짚어 보게 된단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은 보호받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외롭게 떠나간 너희들이 어딘가 언젠가 따뜻하게 보듬어줄 내세가 진짜 있었으면 하는 하루였단다.


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너희들을 애도하며 작은 촛불 하나 켜 놓는 것이지만, 진심으로 너희 위해 기도할게.


이젠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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